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신일산업 적대적 M&A 무산

■ 소액주주와 갈등 기업 주총결과 보니

위임받은 주식 의결권 안줘 황금낙하산 조항 폐지 부결

KTcs도 경영진 승리로 끝나

근화제약은 소액주주 반대로 제네릭 인수 사실상 포기

신일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한 황귀남 노무사가 28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성시종기자

주주총회 시즌이 막바지에 달한 28일 경영권 분쟁이나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어온 기업들의 주총 결과가 크게 엇갈렸다. 신일산업(002700)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무산되는가 하면 근화제약(002250)은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네릭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날 열린 주총에서 가장 관심이 높았던 곳은 신일산업이다. 지난달 개인투자자 황귀남씨가 적대적 M&A를 선언하면서 증권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이날 주총은 이른 아침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비포장도로를 4㎞나 가야 나올 정도로 외진 곳에 위치한 주총장에는 오전 일찍부터 수십 명의 경찰인력이 배치되는 등 폭풍 전야를 방불케 했다.

오전9시로 예정된 주총은 시작 전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황씨 측이 위임 받아온 100만여주에 대한 의결권에 대해 회사 측이 인정하지 않으면서 10시20분에야 주총이 시작된 것. 이날 주총의 핵심은 황씨 측이 제시한 황금낙하산 조항 및 초다수결의제 폐지와 이사 수 확대 등이었다. 하지만 막상 표 대결에 돌입하게 되자 황씨 측이 상정한 황금낙하산 폐지 등 정관 개정안과 신임 이사 선임안이 모두 부결되면서 싱겁게 끝나버렸다.


주총에 참석한 한 소액주주는 "2시간 이상 달려와 4시간 넘게 주총에 참여했지만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묵살돼 허탈하다"며 "이번 사건이 현 경영진이 자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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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 측의 적대적 M&A는 일단 무위로 끝났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황씨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33% 이상을 확보해 많은 소액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일산업 측의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주총 진행과 부당한 의결권 제한으로 파행적인 운영이 됐다"며 "이번 주총 결과에 불복하고 주총 결의 무효·취소소송이나 이사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임시주총 소집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일산업 주가는 이날 30%가량의 극심한 등락폭을 보였다. 주총 시작 전 상한가에 근접하기도 했으나 적대적 M&A 인수 실패 소식에 10%까지 하락한 끝에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1,890원에 마감됐다.

같은날 대전에 열린 KTcs 주총 역시 소액주주들의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미국계 헤지펀드 SC펀더멘털이 주주 제안으로 내놓은 원호연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설치 반대, 1주당 배당금 250원 등은 모두 부결됐다. 이날 KTcs는 주요 쟁점이 된 1주당 배당금 120원, 감사위원회 설치안 등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SC펀더멘털 측이 제안한 조성민 감사 선임안은 자동 폐기됐다.

반면 근화제약은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미국 계열사의 제네릭(복제약) 인수를 포기했다. 근화제약은 1월 500억원 규모의 제네릭 인수계약을 체결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사왔다. 이에 따라 이날 주총에서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대주주가 의결권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제네릭 인수가 무산됐다.

이주영 근화제약 대표이사는 "이번 주총 결과가 조금 안타까운 감이 있다"며 "미국 제네릭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 대비해 미리 판권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었으나 앞으로의 계획은 좀 더 논의를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근화제약 주가는 제네릭 포기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8% 넘게 오르며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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