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이 초래한 은퇴자와 전업주부에 대한 건보료 폭탄 소동으로 정부가 망신을 당한 게 고작 한달보름여 전이다. 당시 정부는 월세 임대소득자 중 2주택 이하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의 경우 건보료 추가 부담은 없다고 홍보했으나 소득이 '0원'으로 간주돼온 전업주부나 은퇴자는 임대소득분은 물론 보유한 재산에 대한 건보료까지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건보료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은 정부와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특히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을 국가에서 보장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깨고 그 부담을 건보 가입자에게 떠넘긴 정부는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얼마 전 정부가 상급병실·선택진료비·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에 대해 건보료를 완화한 것도 과연 예산 상황을 살피고 내놓은 정책인지 의문이 든다.
빠르게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 사회는 앞으로 진료비는 늘어나고 건보료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인당 평균 진료비가 102만2,000원으로 2006년에 비해 1.7배 증가한 반면 보험료 부과액은 39조319억원으로 2.1배 늘었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만 봐도 건보료 부담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런 실상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건강보험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