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르면 내년 1ㆍ4분기에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6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하고 실업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해 이르면 내년 1ㆍ4분기에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로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도 이날 CNBC방송에 출연해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과 채권매입 프로그램이 또 다른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로치 전 회장은 그동안 연준이 극단적 경기부양 조치를 철회하고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월가에서도 내년 여름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방기금 선물시장 추이에 비춰볼 때 내년 7월까지 연방기금 금리가 최소 0.5%까지 오를 가능성이 58%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말의 43%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다. 연준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연방기금 금리를 제로에서 0.25%로 유지하고 있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총재도 24일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테일러 준칙 등 5개의 금리결정 모델을 인용하며 "각각의 모델이 모두 3ㆍ4분기를 인상시점으로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연준이 통화정책에 반영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지수가 지난달 1.8%로 상승해 201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동월 대비 2.1% 올랐다. 이라크발 악재에 따른 국제유가 오름세도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업률 역시 5월 6.3%로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올해 말 전망치 6%에 근접한 상태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취임 초반부터 예상 밖의 변수로 지목했던 주택시장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25일 발표된 미국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9%를 기록해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했지만 투자자들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무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