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택문제 해결의 새방향

올해 들어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80년대 말 이래 10년 만의 폭등세다. 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주택 가격 지수를 통해서 살펴보면, 올해 8월 아파트 가격은 과거 최고점이었던 91년 4월보다도 15% 정도가 더 상승한 상태이고, 98년 외환위기 시 최저점이었던 98년 11월에 비해서는 무려 46%나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만 작년 말에 비해 16.2%나 상승했다. 가격 상승률도 80년 말에 비교될 정도로 가파르다. 이러한 주택 가격 폭등에는 아파트 입주량 부족, 저금리 지속, 부동산 경기 부양책, 증권 시장 등 대체 투자 시장의 침체, 재건축 기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동산 가격 폭등에는 위에서 언급한 요인들 외에도 주택 수요의 질적인 변화도 큰 몫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연령별 인구 구조상 현재 30-50대 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주택 수요의 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연령 대에는 80년대 말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되었던 바로 베이비붐(baby boom) 세대들이 중심이다. 우리나라 전후 베이비붐 세대들은 사회에 진출하면서 주택 절대 부족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80년대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주택을 공급한 주택 200만 호 정책이 추진되면서 주택 가격은 안정세를 찾을 수 있었다. 현재는 이들 계층이 중장년층이 되면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통계청의 2000년 인구센서스 자료를 살펴보면, 40대 연령층이 95년 인구센서스 자료에 비해 가장 많이 증가했고, 50대 연령층도 인구 센서스 조사이래 가장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다. 40-50대 층은 주택 구매력을 어느 정도 갖춘 세대이면서 초 중 고등학교 학생을 둔 부모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 계층이 주택을 선택할 때에는 과거보다 교육, 환경 문제가 중요한 관심 사항일 수밖에 없다. 또 이들 세대는 30대에 비해서 자기 집을 소유하는 비율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즉 30대 초반까지는 대략 25% 정도가 자기 집을 보유하고 나머지는 임대 주택에 산다. 이 연령 대에서는 주택에 대한 구매력이 충분하지 못하다. 또 교육 과정에 있거나 직장 등의 면에서 아직은 안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임대 주택을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40-50대가 되면 대략 55% 정도가 자기 집을 보유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연령이 들수록 자기 집에 대한 욕구가 점차 커진다. 이 점이 다른 나라 주택 시장과 차이가 난다. 이제 우리나라 주택 시장에 자기집 보유 욕구가 강하고, 교육과 환경을 중요시 여기는 세대가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과거처럼 주택 공급을 확대만 하면 해결되는 시장이 아닌 것이다. 즉 과거보다는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시장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주택 문제에 교육 여건이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향후 10년간은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주택의 양적인 공급 문제보다는 지역간 수급 불균형이나 주택 단지의 환경이나 교육 여건이 중요하다. 이제는 주택 문제가 과거와 같이 건설을 담당하는 한 부서만의 일일 수는 없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들어 여러 차례 발표된 부동산 가격 억제 대책에서 교육 문제가 소홀히 다루어진 것이 아쉽다. 물론 교육 문제는 단기적인 부동산 가격 억제 대책에서 쉽게 다룰 문제는 아니지만, 관련된 부처들이 같은 인식을 가지고 공동 대처했다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주택 가격 폭등은 서민들의 주택난을 더욱 심화 시켰다. 향후 2-3년후 물가 상승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외환위기로 계기로 고통 속에서 이루어 놓은 국가 경쟁력마저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이런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우리 사회에 그 동안 감추어졌던 몇 가지 과제들을 노출시켰다. 우선 그 동안 강남 개발에 치중해 정체된 채로 남아있던 강북 개발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또 신도시가 개발의 필요성도 부각시켰고 난개발 소규모 단지보다는 교육과 환경이 잘 갖추어진 신도시 건설의 필요성도 부각시켰다. 그리고 주택 문제가 단순히 주택보급률의 문제,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보완해야 하고 관련 부처간의 유기적인 협조의 필요성도 부각시켰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주택 공급은 자연히 늘어난다. 여기에 정부의 택지 공급 대책까지 더해지면 공급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다. 주택 가격은 수급과 경제 여건에 따라 등락을 하게 마련이다. 더욱이 주택 절대 부족 시대를 벗어났기 때문에 등락 폭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앞으로 최근 새롭게 주택 시장의 과제로 떠오른 문제들의 해결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김선덕<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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