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통(通)하는 세상

김상성 MG손해보험 대표이사


TV에서도 신문에서도 책에서도 소통이 화두인 세상이다. 소통능력지수 체크리스트까지 유행할 정도라니 그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쉬이 가늠할 수 있다. 혹시 소통 이야기가 너무 자주 나와 '또 그 소린가'라고 생각했다면 일단은 읽기를 중지하지 말고 복습 차원에서 이 글을 읽기 바란다.

직장생활 30년간 보고 느낀 문제 중에서 선배·상사나 후배·부하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돼 겪었던 일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흔히 주변에서 봐온 것 혹은 직접 겪은 일일 것이다. 부장이 왜 다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 없이 결재판을 던지며 무턱대고 다시 해오라고 한 경우도 있었고 회의석상에서 부장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그날부터 술자리의 안줏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의상달이라 하면서도 대개는 상의하달로 업무를 지시받고 그것도 제대로 못한다고 구박을 받아야 했다.


말 못할 정도로 속 터지는 일도 많았다. 상사가 퇴근하면서 내일까지 보고해야 할 업무를 주고 가거나, 여성 직원은 능력에 상관없이 중요 업무에서 제외시키고 단순 일거리만 주기도 했다. 또 부하의 공로를 상사의 공으로 돌려 상사 혼자 특진하거나 인센티브를 받고 자랑하기도 했다. 회사에 문제가 생기자 상사의 자리는 보전해주고 힘없는 부하는 좌천되거나 퇴직당했다.

이처럼 우리는 작은 일부터 큰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연을 가슴 깊이 안고 사회생활을 한다. 부부 간에도, 자식과 부모 사이에도 불통하는데 하물며 살아온 환경과 문화가 다른 여러 사람이 모여 일하는 직장에서는 어떨까. 더 말할 것도 없이 불통의 나날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소통을 가로막는 것일까. 아마 기본적으로 소통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데다 어떻게 해야 소통을 잘하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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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리는 가장 먼저 소통이란 어떻게 하는 것이고 내 생활과 주변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그 다음 그것을 어떻게 할지를 연습하고 누구에게 할 것인지 혹은 누가 해야 하는지 결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사실 이렇게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고 왜 해야 하는지 혹은 굳이 내가 안 해도 잘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에 말을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가장 손쉬운 소통 방법인 '말'을 하지 않는 것은 크게 오판하는 것이다.

짧은 글로 소통을 다 설명할 수는 없으나 필자 기준에서 쉬운 소통을 몇 가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우선 '미소'다.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라고 할까, 아니면 이심전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미소로 능력 있는 상사를 존경하고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부하를 서로 인정하면 된다. 거울을 보고 연습을 해서라도 무표정을 미소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은 말을 하라는 것인데 우리는 평소 말하는 것 자체를 매우 불편해하고 부자연스러워 한다. 더군다나 본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말을 아끼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상사의 평가는 인정하지 않으며 동료가 잘되면 배 아파하는 못된 근성을 보게 되는데 뒤에서 이야기하지 말고 칭찬이든 불만이든 앞에서 말을 해야 한다.

한 가지 더 팁을 주자면 지금처럼 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걸맞은 주변기기를 활용해 소통을 활성화하는 방법이 있다. 게임이나 동영상에 빠져 더욱 소통과 멀어져만 가는 주변 상황에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주변기기가 오히려 소통을 막아버리는 안타까운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는 쉬지 않고 통화하고 문자하고 사진을 찍어 공유하며 소통하려 들지 않는가. 이렇듯 소통의 도구로 말뿐 아니라 이렇게 각종 주변기기를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일 것이다. 혼자만 아는 소통의 방법을 몸소 실천하면서 주변 사람들이나 후배들에게 전파하면 어떨까. 보이는 곳마다, 가는 곳마다 꽃이 만개한 봄이다. 꽃을 보면서 미소 짓고 말을 걸어보라. 그리고 자신과 먼저 소통해보라. 난 자신 있고 잘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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