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계몽기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그의 저서 '에밀'에서 여성에 대해 "더이상 자기 자신을 위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남편의 마음에 들고 복종하기 위해서" 그리고 "남편에게 양보하고 심지어 남편의 부당함마저도 참기 위해서 창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 상에서 이 책은 모성애가 본능이라기 보다는, 아동이 독립적 인격체로 인정되는 근대서부터 '모성애가 발명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근대를 열었고, 개인을 해방시켜 자유를 주었지만 그것은 남자의 경우일 뿐 여성은 남성의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오히려 더 집 안에 갇히게 됐다는 얘기다.
여성이 도맡은 집안 살림 중에는 '양육'의 임무가 특히 중요했다. 전근대 시대만 해도 어린이란 장차 가정 경제에 노동력을 제공할 미숙한 존재에 불과했다. 아이들은 단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정도로만 보살핌을 받았고 방치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나 근대의 서막이 열리면서 어른과 구분되는 어린이의 특수성을 인식해 어린이를 나름의 권리와 욕구를 지닌 독립인격체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개인으로서의 아동'은 교육을 통해 사회적 신분을 개척하고 나아가 인간의 본성도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어린이에게 목적의식을 지닌 양육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를 '잘 길러야 한다'는 사회적 부담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몫이 되었고, 아이를 돌보는 일에 더 큰 세심함이 요구되었으며 그럴수록 아이는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게 됐다.
이것이 모성애가 '발명'된 배경이자 역사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본능적이며 절대적인 사랑으로 추앙받는 모성애가 사실은 아동 양육의 의무를 정당화하기 위해 유포된 생물학적, 문화적 신화(神話·myth)일 뿐이라는 얘기다.
이 신간이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는 지속적인 출생률 감소로 이어진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배경을 되짚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저조한 까닭으로 경기 침체, 사회복지 체계의 부담, 불안한 연금, 근로시간의 경직 등이 지목되지만 이 책은 출산율 감소가 지금 한국만의 새삼스런 문제가 아니라 근대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오랜 역사가 있는 사건이라고 위로한다. 동시에 여성에게만 떠맡겼던 육아를 사회적 공동부담으로 여겨야 한다는 점도 환기시킨다.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