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양질의 자본유입 대책세워야

김용기<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일본에 머물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교수로부터 “일부 외국자본이 한국의 제도와 관행을 무시하는 것이 놀랍다. 일본 정부는 이들에 엄격하게 대하기 때문에 이들이 투기적 행태를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한 외국 펀드도 일본에서의 모습은 한국에서 그간 보여준 영업 행태와는 판이하게 달랐다고 한다. 제도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얘기다. 적절하게 제도가 만들어지고 운영된다면 아무리 외국 펀드더라도 부당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애당초 차단된다. 반면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다른 곳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았던 자본도 투기적 행태를 저지를 유혹에 빠지게 된다. 투기자본 세금회피등 부작용 외국자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 외국자본의 폐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했던 외국자본을 좀 살만하니까 배척하려는 ‘국수주의적 발로’라며 이를 꾸짖는 의견도 있다. 사실의 왜곡이다. 폐해가 지적된 일부 외국자본은 시중 은행과 빌딩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면서 조세 피난처를 활용함으로써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은 자본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외환위기를 극복한 지난 99년 말 이후에 한국에 들어왔다. 99년 말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741억달러였고 이들이 한국에 갖고들어온 달러는 각 5억달러 이내였다. 상당한 자금은 한국 내에서 조달됐다. 외환위기가 외화 유동성의 문제였다면 그 위기의 극복은 수출을 통한 경상수지 흑자와 이를 통한 외환보유액의 증대를 통해 이뤄졌다. 누가 도와줘서 외환위기가 극복이 된 것이 아니다. 98년 2월에 외국 은행들이 한국 정부의 보증과 비싼 이자를 조건으로 국내 은행에 빌려준 돈의 상환을 연기시켜준 적이 있지만 이는 상호 이익증대를 위한 것이지 일방적인 시혜나 수혜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국민경제의 지속적 성장이 목적이라면 개방은 수단이다. 개방과 세계화는 지구 전체적으로 볼 때 부를 증진시킬 수 있지만 그 효과는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자본을 개방한 많은 국가들이 금융과 외환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개방의 선도자인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질서 있고 점진적인 개방을 주장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누가 모든 외국자본을 배척하겠는가. 개방의 긍정적 효과는 얻으면서도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찾아야 한다. 캐나다 투자법(Investment Canada Act)은 이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이 법은 “비(非)캐나다인이 캐나다에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할 때 캐나다에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캐나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외국인 투자가 캐나다의 고용과 부품 및 서비스의 사용과 수출에 도움이 되는지, 캐나다의 기술발전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지를 검토한다. 캐나다 산업과의 병존이 가능한지, 캐나다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지도 판단한다. 투자 30일 이내에 투자자가 서류를 제출하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캐나다 정부가 판단하면 외국인의 투자가 금지된다. 외자유치법·제도등 정비 필요 스웨덴ㆍ핀란드ㆍ아일랜드같이 우리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들도 자본개방의 부작용을 방지하는 장치를 갖고 있다. 어거스틴 카스텐스 IMF 부총재가 말하는 양질의 외국자본에 대한 정의도 경청할 만하다. 그는 “자본이 실제 유입돼야 하고, 높은 수준의 기술을 수반해야 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유입된 외국자본 중 이에 부합하는 자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무조건 외자 유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양질의 자본을 유입시키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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