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전략의 목표는 한 마디로 `한국 경제의 고부가가치화전략`으로 요약된다. 금융허브는 국가적 미래과제인 동북아 경제중심전략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부문이다. 때문에 정부는 중장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금융허브에 둘 계획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전담반 등 추진체계를 갖춰 강력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함으로써 금융허브전략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의 구상대로 우리나라가 금융허브로 부상할 경우 탄탄한 경제적 기반 위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장애요인도 적지 않다.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적 관료조직, 만연한 외국인 혐오증 등이 그것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기존의 금융허브 는 물론 말레이시아, 상하이, 일본 등 역시 금융중심지 도약을 천명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칫 금융허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조업 투자 과잉과 비슷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산업구조 고도화=제조업과 수출중심이라는 기존의 산업구조로는 새로운 도약은 물론 현재 위상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면서 관련서비스업과 실물경제 전반에 파급효과가 큰 금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성장을 이어나가는 동시에 산업구조를 고급으로 업그레이드시킨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말 현재 서비스업이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7%. 금융허브를 놓고 경쟁할 홍콩(86%)과 싱가포르(68%)는 물론 미국(73%), 영국(72%), 일본(67%)에 비해 훨씬 낮다. 금융부문의 경쟁력이 길러지면 기존의 제조업 기반과 맞물려 새로운 도약 엔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금융허브구상의 기본이다.
◇특화전략으로 후발주자 불리함 극복=고민은 강력한 경쟁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아시아의 금융중심격인 홍콩과 세계의 물동량이 몰리는 싱가포르를 따라 잡기는 힘들어 보인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홍콩이 323%, 싱가포르가 152%인데 비해 한국은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루 외환거래규모도 이들은 서울보다 7~10배나 많다. 때문에 정부는 우리 현실에 적합한 모델을 규모에 의한 금융허브보다는 차별화, 특화한 금융허브에서 찾고 있다. 최중경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홍콩 등과 비교할 때 금융인프라 측면의 경쟁력이 취약한 편이지만 세계 최고의 산업지대인 중국과 일본에 인접해 있다는 잇점을 살릴 경우 기존의 금융허브와는 다른 모습의 금융 허브로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산운용업 육성과 해외금융기관 유치 등을 거쳐 2020년 이후에는 홍콩, 싱가포르 등과 견주는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발전한다는 중장기 로드맵에도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서둘지 않고 차근차근 발전해 나간다는 의지가 포함돼 있다.
◇효과와 문제점=정부의 구상대로 금융허브 전략이 추진될 경우 그 파급효과는 비단 경제 분야에 한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내 발언권이 높아지고 역내 리더십이 구축돼 국가 위상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계획 자체가 10년을 넘는 장기 프로젝트인데다 대내외 변수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 스스로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금융허브를 위해 국제적 금융기관을 유치한다는 발표 직전에 정부는 외국자본과 견줄 수 있는 토종자본을 육성한다고 밝혔었다.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정부 정책에 대한 외국인들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 집중도가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상하이나 말레이시아, 일본 등이 한꺼번에 금융허브를 추진중이이서 자칫 아시아 주요국간 덤핑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