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전 총장 발령 받고 혼자 이곳에 왔을 때를 생각하면 참 시간이 빠르면서도 아득합니다. 솔직히 스스로도 올 3월에 개교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시간이 있었지만 지역사회의 관심으로 우여곡절끝에 무사히 개교할 수 있게 돼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조무제(66ㆍ사진) 총장은 올 3월 개교까지 마음 고생이 컸다고 털어놨다. 총장 발령을 받고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연리 허허벌판에 처음 갔을 때 학교 부지 곳곳에는 문화재발굴 깃발이 꽂혀 있었다. 또 30~40가구가 보상 문제를 놓고 한동안 이주를 거부한 데다 건물도 완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는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그의 마음 고생은 더더욱 컸다. 비판여론에 마음고생 커
한때는 개교연기도 염두
해외대학과 교류등 통해
글로벌대학 성장에 최선 특히 개교를 1년 채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교 연기까지 고민했다. 실제 교수진 확보 계획을 조금 늦췄던 것도 개교 연기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는 게 조 총장의 회고다. 그러나 그는 "지역사회의 관심 덕분에 개교에 필요한 예산을 추가 확보할 수 있었고 보상 문제도 마무리되면서 겨우 속도를 낼 수 있었다"며 "특히 지난해에는 비나 태풍 등이 없이 맑은 날이 많아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있었는데 지역사회와 기후 등 모든 주변 여건이 올 3월 개교를 도왔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항해를 시작한 울산 과기대에 대한 조 총장의 자긍심과 기대는 상당했다. 그는 "울산 과기대가 궁극적으로는 세계 일류 대학으로 성장하는 것이지만 우선은 국내 카이스트와 포스텍 등 과학대학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내 최고 대학으로 성장하는 것이 단기 목표"라며 "카이스트가 기초학문을 강조하는 학풍, 포스텍이 응용학문을 강조하는 학풍이라면 울산 과기대는 기업에게 도움되는 실용학문을 강조해 차별화 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총장은 국내 최고는 의미가 없고 글로벌 대학이 돼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간판 학부를 집중적으로 키워 국내최고 학부가 아니라 글로벌 학부가 될 수 있도록 키워나갈 것"이라는 게 그의 포부다. 울산 과기대가 모든 신입생을 전공 구분 없이 선발하고 1년 뒤 학부를 선택하도록 한 것, 전 강좌를 영어로 진행하는 것 등의 기본 운영 방침도 조 총장의 이 같은 목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앞으로 내신과 수능 성적보다는 창의적인 글로벌리더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며 "입학한 학생에게는 장학금 혜택, 해외 유수 대학과의 교류 등의 기회를 제공해 울산 과기대가 글로벌대학으로 자리잡아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