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자린고비 → 공격경영… 일본 기업의 변신

아베노믹스·도쿄올림픽 등 성장 기대감에 "투자 확대"

미쓰이부동산·고베제강소 등 대규모 자금조달 잇달아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내는 '자린고비' 경영으로 수십년을 버텨온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인 사업확장으로 수익을 늘리는 공격경영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올 회계연도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이 예상되는데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오는 2020년까지 경기에 훈풍이 불어 중장기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대대적인 투자를 위한 자본확충에 나서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미쓰이부동산은 도쿄 도심부 재개발사업 투자를 위해 3,245억엔을 공모증자 방식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일본 거품경제 붕괴의 최전선에서 오랜 부동산 침체기에 살아남은 이 회사가 자본을 늘리는 것은 32년 만이다. 최근 들어 살아나기 시작한 부동산 경기와 2020년 올림픽까지 추진되는 대대적인 도시개발 사업을 겨냥, 신주 1억주를 발행해 새로운 부동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대형 제철사인 고베제강소도 24년 만의 공모증자로 830억엔가량을 조달할 계획이다. 철강 수요가 살아나면서 올해 850억엔의 경상흑자로 돌아선 고베제강소는 증자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을 철강사업 수익성 제고를 위한 국내 설비투자에 투입할 방침이다.


화학소재 업체인 도레이도 최근 1,000억엔 규모의 유로화 표시 전환사채(CB) 발행계획을 내놓았다. 중장기적 성장이 예상되는 탄소섬유 사업 등의 설비투자에 활용하기 위한 자금으로 도레이는 올 회계연도부터 3년간 설비투자에 총 4,000억엔, 연구개발(R&D)에 1,800억엔을 각각 투입하고 2,000억엔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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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인 투자확대를 준비하기 위해 자금을 끌어모으기 시작한 일본 기업들의 시선은 해외로도 향하고 있다.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을 운용하는 세븐앤아이와 생활용품 업체 라이온, 미쓰비시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사업확대와 자금확보를 위해 현지 기업설명회(IR)를 대폭 늘리고 있다. 올해 초 2,000억엔이 넘는 공모증자를 실시한 미쓰비시자동차는 한동안 중단했던 아시아 투자가 방문을 올해부터 재개했으며 세븐앤아이는 지금까지 홍콩과 싱가포르에 국한됐던 아시아 내 IR 활동영역을 앞으로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다음달 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오는 9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일본 기업 대상의 투자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이 공격적 자금조달, 특히 증시를 통한 자본확충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성장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업이 설비확대와 개발투자 등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경우 차입금 증액에 그치지 않고 자본규모 자체를 늘린다고 설명했다. 엔고 시대가 끝나고 경기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 시작한 기업들이 공격경영을 위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디플레이션 경제에서 위기 대응에 익숙해진 일본 기업들은 현재 75조엔에 달하는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경기후퇴에 대한 부담감을 덜게 된 만큼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둔 돈을 본격적으로 풀어 도약의 기회를 잡으려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에 신음하다 아베노믹스와 올림픽 개최라는 이중호재를 맞은 부동산개발 업계에서는 연일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미쓰비시 계열 개발업체인 미쓰비시지쇼는 향후 3년간 건물매입과 재개발 사업 등에 최대 9,000억엔 규모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보유현금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와 가전업체들도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투자를 속속 늘리고 있다. 올해 전년 대비 23% 증가한 설비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는 NEC의 곤도 노부히로 사장은 "지금부터가 성장을 향한 준비시기"라며 "올림픽 인프라 수요를 감안해 투자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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