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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만원 자보 가입자 사고 2건(40만원/300만원) 내면 보험료 17만6000원(현행 4만4000원) 상승.... 무사고시에는 1년마다 할인
할증보험료 증가율은 사고 3건 이상일 경우 현행 보다 30% 이상 증가할 듯....웬만한 사고 자기 돈으로 고쳐야 '보험료 폭탄' 피한다
금융감독원이 20일 발표한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 개선 방안'은 실제 운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사고를 많이 냈을 때 보험료는 지금보다 급증하고 무사고를 유지할 때 할인혜택은 커진다.
오는 2019년에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는 홍길동(45세)씨의 상황을 가정해 각종 사고상황에 따른 보험료 변동을 계산해봤다.
홍씨는 2018년 초 보험료 64만원(2008년형 그랜저, 부부한정특약)에 자동차보험을 갱신하고 2018년 중 각각 40만원, 300만원 상당의 물적사고 2건을 냈다. 현행 제도에서는 홍씨의 보험료는 2019년에 1등급만 할증(할증률 6.8%)돼 다음해 보험료가 68만4,000원이 된다. 점수제 방식인 현행 제도에서는 40만원 물적사고는 0.5점, 300만원 물적사고는 1점으로 계산돼 1.5점이 되고 소수점 자리를 뺀 1점당 1등급만 할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2019년 보험료가 당장 81만6,000원으로 무려 17만6,000원이나 오르게 된다. 50만원 이하 물적사고가 1등급 할증되고 2회 사고부터 3등급이 추가 할증돼 총 4등급(할증률 6.8%×4)이 할증되기 때문이다. 홍씨가 이후 2년간 무사고를 유지해 매년 한 단계씩 할증등급이 떨어진다 해도 2020년 77만2,000원, 2021년에는 72만8,0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3년간의 총 보험료를 합산해보면 현행보다 26만4,000원의 보험료를 더 내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50만원 이하의 물적사고 1건만 냈다면 얘기가 좀 다르다.
현행 제도에서는 2019년에 홍씨의 보험료가 전혀 인상되지 않는 대신 2021년까지 3년간 보험료 할인혜택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홍씨의 보험료는 64만원에서 2019년 68만4,000원으로 당장 4만4,000원이 오르게 되지만 이후 무사고만 유지하면 2021년까지의 3년간 보험료 총계는 같아진다. 개정안이 보험료가 할인되는 무사고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기 때문이다. 홍씨가 2019년에 무사고를 유지한다면 바로 2020년에 보험료가 64만원으로 인하되고 다음해에도 무사고를 유지하면 보험료는 59만6,000원으로 떨어진다. 3년간의 보험료 총계는 192만원으로 동일하다.
다만 1건의 사고를 냈다 해도 50만원 초과 물적사고를 냈다면 바로 2등급 할증이 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보험료 부담은 커진다. 예컨대 150만원 상당의 사고를 냈을 경우 현재는 물적사고 할증 기준금액(예:200만원)을 넘지 않아 할증이 전혀 되지 않지만 개정안에서는 2등급이 할증돼 2019년 보험료로 72만8,000원을 내야 한다. 이후 2년간 무사고를 유지한다 해도 3년간 보험료 총계는 13만2,000원이 더 오른다. 반면 대인 사망사고 등 큰 사고를 1건 냈을 경우 지금은 바로 4등급으로 할증이 되지만 앞으로는 2등급만 할증이 돼 보험료가 지금보다 줄어든다.
종합적으로 보면 새로운 할증제도는 경미한 사고라 할지라도 사고를 많이 내는 운전자가 불이익을 크게 받고 무사고 운전자의 혜택이 커지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행 점수제에 대비해 건수제인 개정안에서의 할증보험료 증가율은 사고 1건시 4.3%, 2건시 16.4%이며 3건 이상일 경우 3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허창언 금감원 부원장보는 "무사고자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고 사고자에 대해서는 위험도에 맞게 보험료를 할증하는 구조"라며 "전체적으로 자동차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새로운 할증제도는 2018년부터 시행되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2016년 10월부터 새로운 할증 체계가 가동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8년 1월에 자동차보험을 갱신할 경우 201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1년간의 사고 건수 등을 바탕으로 보험료가 산출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사고가 빈번한 운전자의 할증보험료가 증가하는 만큼 무사고자의 보험료는 평균 2.6%(총 2,300억원)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전체 보험 가입자 가운데 80%가량인 무사고자 운전자는 혜택을 받는 구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웬만한 사고의 경우 자기 돈으로 직접 차를 고쳐야 '보험료 폭탄'을 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자동차사고에 대한 피로도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