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첫 공적자금' 부실채권기금 역사속으로

외환위기때 칼바람 상징… 내년말 15년만에 청산<br>쌍용건설·교보생명등 '수혈' 받고 우량기업 거듭나<br>자금 초과회수 알짜 실적… 부실채 노하우도 쌓아


IMF 외환위기 칼바람의 상징이었던 부실채권기금이 내년 말 청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1997년 11월24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공식 발표한 지 사흘 만에 출범한 부실채권기금이 15년 만에 정리되는 것이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16일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운용시한이 1년5개월 남은 부실채권기금 청산방안 및 추진계획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부실채권기금의 역사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의 역사와 다름없다. ㈜대우는 부실채권기금이 투입된 대표적 기업. 공중분해 직전의 ㈜대우에 기금을 투입,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등으로 분리 매각됐고 대우종합기계는 두산인프라코어로 옷을 갈아입으며 인수합병(M&A) 매각의 성공모델이 됐다. 쌍용건설ㆍ교보생명 등도 부실채권기금이 투입된 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우량기업으로 거듭났다. 캠코는 부실채권기금으로 총 111조5,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인수해 79조1,000억원을 정리하고 45조5,000억원을 이미 회수했다. 인수재원보다 6조3,000억원 초과 회수한 '알짜 실적'인 셈이다. 하지만 부실채권기금이 기금회수에만 열을 올리다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대우건설. 2007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6조4,225억원에 인수했지만 무리한 풋백옵션에 따른 유동성 압박으로 시장에 매물로 다시 내놓으며 '승자의 저주'를 톡톡히 겪어야 했다.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했다가 매각이 무산된 대우조선해양ㆍ쌍용건설 등도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금투입 자산 중 대우조선해양ㆍ쌍용건설 등 상장주식은 채권단과 M&A 등 매각을 추진하되 내년 말까지 매각이 곤란할 경우 지분 블록세일도 검토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등 비상장주식은 경쟁입찰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한다. 명암이 뚜렷하지만 결과적으로 부실채권기금은 부실채권을 다뤄본 경험이 없던 상황에서 귀중한 노하우를 쌓는 계기가 됐다. 채권 처리를 위해 국제입찰,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당시로서는 생소한 기법들을 도입했다. 특히 대우계열사에 대해서는 기업분할ㆍ출자전환 등 기업 구조조정으로 정상화를 추진, 기업가치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2009년 4월 주요20개국(G20) 런던 정상회의에서는 금융위기 극복 우수사례로 소개되며 금융위기 해결의 선배 노릇도 톡톡히 했다. 캠코 관계자는 "현재 보유 중인 부실채권은 대부분 담보가 없거나 청산 또는 파산된 회사 채권이라 사실상 개별 회수는 어렵다"며 "부실채권 전액을 모아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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