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판교개발 논란

[심층진단/판교개발 논란] 수도권 기능보완적 신도시로 베드타운화한 용인.분당 생활.문화시설 보완 ‘판교의 장밋빛 청사진은 실현가능한가’ 판교신도시 개발방안을 두고 건설교통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 관련 지자체간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건교부의 판교 개발방안은 이 지역의 건축제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난개발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고 수도권의 주택난도 일부 덜기 위해서는 계획도시로 개발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이 때문에 주택규모, 인구밀도 등도 기존 신도시보다 훨씬 낮게 책정됐으며 벤처단지의 규모도 경기도 등의 요구에 비해 크게 낮은 10만평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이 같은 건교부의 개발안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로 유입될 교통수요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판교개발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판교를 주거중심신도시가 아닌 벤처형 신도시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어떻게 개발되나 건교부의 개발방안에 따르면 판교신도시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과 운중동 등 280만평 규모로 들어선다. 각 용지별 규모는 ▲ 택지 100만평 ▲ 벤처단지 10만평 ▲ 녹지ㆍ도로 165만평 ▲ 상업용지 5만평 등이다. 택지 100만평에는 1만9,700가구(아파트 1만3,800가구)의 주택이 들어선다. 특히 전체 용지중 40만평을 단독주택지(3,600가구)로 배정하고 아파트의 층고도 10층이하로 제한하는 저층ㆍ저밀도의 쾌적한 주거단지를 형성하게 된다. 벤처단지 10만평에는 총 고용인원 2만3,000명 규모의 ▲ 정보통신 벤처기업 1,000개 ▲ 연구시설 10개 ▲ 창업지원센터 1개 등을 입주시킬 예정이다. 전체 도시의 인구밀도는 분당 신도시의 3분의 1수준으로 책정했으며 녹지율을 전체 면적의 24%(분당 19%)로 대폭 늘렸다. ◆ 무엇이 쟁점인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판교개발방안에 대한 이견은 ▲ 교통난 대책과 ▲ 벤처단지 등 크게 두가지다. 교통문제에 대해 서울시는 건교부가 제시한 판교신도시 교통대책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판교가 개발될 경우 가뜩이나 혼잡한 경부축에 대한 교통하중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존 분당신도시에다 인구 80만명의 용인만으로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추가로 대규모 신도시를 개발할 경우 경부축은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란 것이다. 또한 서울과 붙게 되는 양재의 교통혼잡은 극심해져 강남권의 교통대란을 불러 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고위관계자는 “판교입주민의 상당수는 서울서 유입되는 인구”라며 “판교신도시의 개발은 서울시의 주택부족을 일정부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무작정 개발을 반대한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벤처단지를 둘러싸고는 정부와 경기도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이는 건교부가 당초 경기도 등이 요구했던 벤처단지 비율을 크게 축소하면서 불거져 나온 것. 충분한 산업기반시설 없이 토지의 대부분을 주택지로 조성한다면 기존 5개 수도권신도시와 마찬가지로 판교 역시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실패’를 되풀이하게 된다는게 경기도의 입장이다. 경기도 박명원 도시계획과장은 “지난해말 정부, 경기도 성남시가 주거-벤처비율에 대해 합의했음에도 건교부가 이를 뒤집었다”며 “벤처단지의 규모는 적어도 60만평은 돼야 벤처단지의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능보완적인 ’신도시로 학계 등 전문가들은 판교를 독립된 신도시로 보지 말고 40만 인구의 분당과 80만명의 인구가 거주할 용인 서북부 지역을 고려한 ‘기능 보완적인 신도시’로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거대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용인서북부지역의 부족한 생활기반시설,문화시설 등을 일정부분을 판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벤처단지는 기존 신도시에서 남아도는 상업ㆍ업무용시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정보지식산업을 한곳에 효울적으로 모은 고부가가치의 벤처밸리로 육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충분한 인프라를 갖춰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벤처단지의 경우 생산시설이 들어서지 않으면 규모가 10만평이냐 60만평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경희대 원용태교수는 “정보통신, IT중심의 벤처단지는 규모보다는 고급인력을 불편없이 연구,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업무 효율적인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문가들은 서울시나 경기도의 주장은 일면 지역이기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자체도 수도권 전체의 효율적이용과 기능분산 등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학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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