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등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가 조합원 찬반투표도 없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한 것은 노동계 지도부만의 ‘파업을 위한 파업’의 전형이다. 금속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오는 25일부터 파업을 강행하기로 했으며 현대차노조도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금속노조의 반FTA 파업은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정치성 파업이어서 불법인데다 설혹 합법이라 하더라도 명분이 없다. 금속노조의 주축세력은 현대차 등 자동차노조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이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수출이 늘어나고 실적이 좋아지면 그 과실은 노동자에게도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자동차노조들은 그런 FTA는 안 된다며 파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다 조합원 의견조차 묻지 않고 파업을 벌이겠다니 법에 정해진 절차에도 어긋난 것이다.
노조 지도부의 이 같은 막무가내식 결정에 일선 조합원들의 비판과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파업의 이유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데다 조합원의 의견까지 깔아 뭉갰으니 반발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조합원 찬반투표 없이 파업돌입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장의 반대기류가 강해 통과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도부 스스로도 조합원들의 파업참여에 대한 자신감이 없자 억지와 무리수를 쓴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노총과 현대차노조는 강경투쟁으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판에 조합원들에게도 외면당하면 노조가 설 땅은 정말 없어지게 된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취임 당시 ‘조합원들에게 인정받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민노총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올해 활동방향과 관련, 파업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며 파업자제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방침을 밝혔다.
현대차 지부 집행부도 정치성 파업은 조합원 설득이 힘들다며 파업자제와 조합원 의견 수렴 및 국민여론을 강조했었다. 민주노총과 현대차노조 지도부는 이 말을 구두선으로 만들지 말기 바란다. 그게 노조와 노동자가 살고 더 나아가 기업과 국가경제가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