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10만원권의 고액지폐를 발행하자는 말이 또다시 그럴싸하게 들려오고 있다. 그 필요성에 이의를 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다만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하는 반론에 어느 누구도 결단을 못 내리는 것같이 보인다.
고액권 발행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논의돼 왔으나 언제나 찬반 양론으로 갈렸다. 2년 전쯤엔 국회에서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결론이 안 났다. 1년여 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고액권 발행에 대한 업계의견을 청와대와 재정경제부에 내놓은 적이 있다. 국민 65.4%가 찬성한다는 조사결과를 제시하며 고액권 발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고액권 발행을 찬성하는 쪽은 우리의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에 비추어 1만원권의 최고액면은 지나치게 낮다고 말한다. '1인당 국민소득 500달러 시절, 1973년에 처음 1만원권이 발행됐다.
30년이 지난 지금 국민소득은 1만 달러로 올랐고, 물가상승으로 화폐 구매력은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금융거래규모도 100배 이상 확대됐는데 여전히 1만원권으로 버티려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각 은행에서 저마다 발행하는 정액 자기앞수표는 10만원 30만원 50만원 100만원 네 가지가 있다.
이 정액 수표가 10억 장 넘게 유통되고, 그 가운데 10만원짜리가 84%이다. 10만원 수표는 현금과 똑같이 통용된다. 다르다면 쓸 때마다 배서(背書)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다. 이 수표를 발행.교환.추심.보관.관리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일손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그 과정에서 연간 8,000억원대의 손실이 있다고 추산한다.
고액권 발행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고액권이 자칫 가난한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주고, 인플레를 조장할 뿐 아니라 탈세와 돈세탁이 쉬워져 부정거래에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서 고액권 발행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났을 때 불법정치자금.뇌물수수.범죄자금 등과 관련해서 맹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의 고액권 발행얘기는 화폐를 발권하는 한국은행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다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있어 한국은행 안에 별도의 팀을 구성해서 장단점을 연구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동안 검토할 만큼 검토한 것이니까 정책판단과 결단만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요즘의 정치상황으로 봐서 시기가 시기이고, 또 지폐에 들어갈 인물선정.도안.판뜨기 등에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다음 정부 때로 넘겨질 것만 같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