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건설업계 연쇄부도 현실화?

얼마 전 ‘지방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7년래 최고’란 뉴스가 터져나왔을 때 증권사 PF팀의 한 애널리스트는 “A사ㆍW사ㆍS사 중 하나는 조만간 쓰러질 것”이라며 증권가에 돌고 있는 건설사 ‘살생부’ 얘기를 전했다. 신용등급이 나빠 자금 융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분양으로 자금회전이 안되면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고 결국은 부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상황 논리였다. 이 무렵부터 부동산부 기자들은 처음으로 부도를 맞는 중견건설사가 어디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다녔다. ‘XX건설사 최종 부도’란 뉴스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지방 건설사 연쇄부도 사태의 신호탄이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세창이 최종 부도가 났다. ‘짜임’이란 브랜드로 익숙한 중견건설사다. 1,000억여원 가량의 채권 중 600억여원이 미분양 사태로 악성화되면서 만기가 돌아온 100억여원을 결제하지 못해 결국 ‘부도’란 최악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광주 같은 경우는 분양률이 바닥이었다”며 “회생 절차를 밟지 못할 경우 협력사들의 연쇄부도가 우려된다”고 낙담했다. 1일 이 회사의 부도 소식을 듣고 퍼뜩 잠시 기억에서 희미해졌던 ‘살생부’ 생각이 났다. 판교발(發) 고분양가 행진이 건교부의 인천 검단신도시 지정으로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면서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는 등 업계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는 와중에 말 그대로 고사직전인 지방의 상황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창의 부도 소식을 듣고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올 것이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견기업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에서 주로 사업을 벌이는 중견기업은 그야말로 사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연쇄부도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판교에 적용된 채권입찰제와 급조된 신도시 정책 등 정부의 정책 오류로 인한 고분양가 행진이 아이러니하게 부동산시장이 호전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이마저도 수도권에 국한된 현상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지방주택시장 안정화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세창의 부도는 정말 지방 건설사 연쇄부도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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