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일] 대안없는 부결은 쇼맨십

“믿었던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백악관의 발등을 찍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의회가 공화당 소속 의원의 주도로 구제금융 법안을 부결시키자 주요 외신은 이같이 전했다. 금융 위기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구제금융말고 해법이 없다는 공감대가 시장에 형성된 만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법안의 의회 통과를 낙관해왔다. 기대가 크면 실망은 배가 되는 법. 그만큼 충격은 엄청났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다우지수는 무려 777.68포인트(6.98%)나 폭락했다. 과연 미 공화당 의원들은 진실로 대의를 먼저 생각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세금에서 7,000억달러를 빼내 부실덩어리 금융기관에 투입한다는 데 유쾌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구제금융의 대상이 그간 엄청난 고액 연봉과 보너스로 흥청대던 월가 투자은행이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공화당 의원들은 사실 이런 유권자의 마음을 잘 헤아린 셈이다. 공화당의 정책도 ‘작은 정부’를 지향하니 아귀도 맞다. 그렇다 해도 정치인들의 판단에 동조할 수 없는 것은 지금의 위기가 화급하기 때문이다. 대의명분에 집착해서는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사고에 따른 과다출혈로 사람이 죽어가는 판국에 수혈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은 지나치다. 설사 그 사람의 과실로 사고가 났다손 쳐도 일단 살려놓은 후에 벌하는 게 순서다. 이번 결과를 놓고 일부에서는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인기 없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버리고 오는 11월4일 실시되는 하원 선거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표결에 임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표결했다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엄청난 파국이 눈앞에 닥쳤는데도 꽉 막힌 원칙론이나 정치적 득실만을 우선 따지는 행태는 기실 미국 워싱턴의 정치판뿐 아니라 한국의 여의도에서도 수시로 확인된다. 바로 지금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도 유사한 환경에 놓여 있다. 워싱턴의 ‘얄궂은 선택’을 지켜본 우리 지도자들이 숱한 현안에서 얼마나 현명한 선택을 할지 국민들이 ‘절반의 기대와 절반의 체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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