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대신 빚더미로 이뤄진 두바이 신화가 결국 파탄으로 귀결되면서 두바이발(發) 쇼크가 전세계 경제흐름을 가름할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두바이 사태를 놓고 '동유럽 등 기타 신흥시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낳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가 하면 '글로벌 경기회복 추세와 글로벌 은행권의 회복 여력 등을 감안할 때 사건의 파장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이 팽팽하다.
이날 주요 신흥국 주식시장은 전일 유럽시장에 이어 투자심리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며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국가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지수는 그리 큰 변동 없이 '관망' 상태에 돌입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추수감사절 연휴로 휴지상태에 돌입한데다 두바이 현지 역시 연휴에 들어가 파장이 미칠 여파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두바이의 정보공개 수준이 미약해 전문가들마다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런던 소재 MF글로벌 증권의 시몬 모한 애널리스트는 "얼마나 많은 위험이 산재해 있는지는 해당 업체가 결정적인 정보들을 공개하기 전까지 사실상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손해가 두바이에 한정되지 않고 신용 거품이 남아 있는 다른 이머징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감을 유지했다. FT는 상환유예 가능성이 대두되는 헝가리와 유럽 수위 부채국 중 하나인 그리스 등을 두바이발 파장에 따른 신용시장 위축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동유럽 국가 등은 두바이와 비슷하게 유럽연합(EU)에 가입한 후 과도한 레버리지를 이용해 공격적으로 팽창해왔다.
런던에 있는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의 아르나브 다스 연구원은 "이번 두바이의 상황은 각국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켰다지만 '(오랜 기간) 과잉 팽창된 거품'들을 모두 제거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경제는 회복 중이라고 해도 앞날에 만만찮은 도전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은행들이 보유한 두바이 채권의 처리 문제도 관심거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두바이 채권 은행은 약 70여개로 파악된다.
골드만삭스는 두바이에 연계된 잠재적 손실규모가 HSBC의 경우 6억1,100만달러,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1억7,700만달러 내외라고 보도했다. 일본 시가총액 기준 2위 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두바이월드에 총 2억2,500만달러를 빌려줬다. 3위 은행인 미즈호는 1억달러 규모의 채권이 물려 있다.
로이 라모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이 같은 규모는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또한 두바이 노출 빈도가 가장 큰 은행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상업은행과 UAE 최대 은행인 에미리트 NBD은행이라고 보도하며 아부다비상업은행의 총 채권규모가 19억달러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두바이가 디폴트 상태로 치닫기보다는 수도 아부다비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채권 은행들이 채무를 전액 상환 받기는 불가능해보인다. FT는 "악화가 악화를 낳으며 외국 채권 은행들이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구조조정 과정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내년에 두바이에 만기 도래되는 물량은 130억~170억달러이며 오는 2012년까지 두바이는 약 500억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이날 주요국 국채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미뤄볼 때 일단 전세계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가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올 들어 30조원 이상을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한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서거나 추가적인 매수 강도를 낮출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증시의 수급은 더욱 꼬일 가능성이 크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두바이 사태는 이제 갓 불거진 재료여서 곧바로 해결되기는 어렵고 당분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유럽은행의 잠재피해액이 많아 유로화 약세와 달러 강세 현상을 강화시킬 수 있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두바이 사태에서 한국의 손실은 제한적이고 일본의 엔고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국내 수출 기업으로서는 호재"라며 "이번 급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므로 민감한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