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초겨울이다. 초겨울에는 슈트만 입기에는 무언가 허전하다. 그렇다고 코트를 입기에는 약간 더운 느낌이 있다. 트렌치코트는 바로 이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혹시 카사블랑카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지? 카사블랑카에서 중절모를 눌러쓰고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온 험프리 보가트의 우수에 찬 모습은 안개 낀 기차역과 너무 잘 어울렸다.
이처럼 트렌치코트는 우수에 차고 중후한 분위기를 주는 데 더 할 수 없는 아이템이다. 이 외에도 로버트 테일러가 등장한 영화 애수, 가제트 형사, 영웅본색의 주윤발 등 많은 영화에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변함없는 클랙식 아이템
이처럼 트렌치코트는 늦가을에서 초겨울 패션을 완성하는 데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베스트 아이템이다.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클래식 아이템으로 트렌치코트는 시즌마다 예외 없이 사랑 받고 있다.
그렇다면 트렌치코트는 언제부터 입어왔던 것일까. 보통 바바리코트라고 불리는 이 코트의 기원은 1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바리의 원래 이름은 버버리(Burberry)로 지난 1835년 영국에서 태어난 포목상 토머스 버버리가 낳은 세계적인 브랜드이다. 그가 방수효과도 있으며 내구성이 강하고 추위를 막는 데도 제격인 개버딘(Gabardine)이라는 소재를 개발해냄으로써 시작된 것이다.
이런 혁신적인 소재인 개버딘이 개발되자 가장 먼저 득을 본 사람은 바로 군인이다. 처음에는 군인들의 부츠에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길이도 길었고 손목 부분도 젖지 않도록 만들어져 비가와도 젖지 않았다. 또 어깨에 견장과 수류탄을 비롯한 장비를 달 수 있는 D자형 링,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큰 주머니와 허리를 묶을 수 있는 벨트도 달려 있었다.
이런 코트를 전쟁이 끝난 뒤 군인들이 집에 가지고 와서 평상복으로 입기 위해 길이도 줄이고 약간 변형해 여자들도 입게 되면서 영국의 대표 아이템이 됐고 남녀 모두의 사랑을 받는 클래식한 아이템이 된 것이다.
현재의 트렌치코트는 베이지ㆍ블랙ㆍ카키ㆍ네이비 컬러를 기본으로 다양한 컬러와 소재ㆍ디자인이 출시되고 있다. 또 가을에도 입을 수 있지만 겨울에도 내피가 착장된 것을 고르면 얼마든지 입을 수 있다. 이런 트렌치코트는 어느 정도 키가 크고 적당한 체격의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잘만 고르면 그렇지 않더라도 잘 소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키가 작다면 장식이 복잡하지 않는 것이 좋고 컬러 역시 어두운 것보다는 밝은 베이지가 나을 것이다. 또 다소 살집이 있고 허리부분이 굵다면 벨트로 허리를 묶는 스타일보다는 벨트가 없는 싱글 스타일이 훨씬 날씬해 보이도록 해줄 것이다.
니트·청바지에도 잘 어울려
이밖에도 트렌치코트를 구입할 때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은 소매의 길이와 전체적인 코트의 기장이다. 소매의 길이는 손목을 덮는 정도가 가장 좋고 전체적인 길이는 무릎을 덮으면 다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무릎 위를 살짝 올라가는 기장이 좋다. 트렌치코트는 슈트 위에 입는 아우터의 성격이 강하므로 너무 타이트한 사이즈보다는 살짝 여유 있는 사이즈로 구매하는 편이 두루두루 활용하기에 좋을 것이다.
또 슈트 위에도 잘 어울리지만 캐주얼한 느낌으로 니트와 청바지 차림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 또 국내 브랜드에서 찾아보면 가격대도 다양하니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디자인과 색상의 트렌치코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초겨울 날씨, 내피가 장착된 트렌치코트를 입고 머플러를 두른 뒤 차가운 바람 사이를 걸어보자. 트렌치코트는 바로 이 계절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돼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