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6월 8일] <1717> 커터 칼


'길이 8.1㎝, 각도 59도에 13번 사용 가능.' 뭘까. 20세기 사무용 칼의 혁명이라는 커터 칼의 규격이다. 국제적으로는 가볍게 잘라 사용하는 면도날이라는 의미에서 '스냅오프 블레이드(snap-off blade)'로 불린다. 등장시기는 1956년. 인쇄공장에서 직공으로 일하던 요시오 오카다(당시 25세)가 발명해냈다. 요시오의 발명은 말 그대로 필요에서 나왔다. 두꺼운 종이를 자르는 작업을 맡았던 그는 금방 무뎌지는 칼날 때문에 고민하던 중, 패전 직후 동생들이 미군에게 얻어온 초콜릿의 기억을 떠올렸다. '초콜릿바처럼 쉽게 끊을 수 있으며 깨진 유리의 날카로운 단면과 같은 칼날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는 각고의 노력 끝에 1956년 칼날에 가느다란 홈이 팬 세계 최초의 커터 칼 탄생으로 이어졌다. 기대와 달리 반응은 신통하지 않았다. 상품화를 위해 접촉한 문구회사들도 커터 칼의 진가를 못 알아봤다. 고민하던 요시오와 세 동생들은 가진 돈을 털어 우선 3,000개를 제작해 도소매점에 뿌렸으나 반응은 호평과 불만이 반반. 주문은 차츰 늘어났지만 수작업 제품의 규격이 제 각각이라는 불만이 따랐다. 기계를 도입해 규격을 통일하고 늘어나는 주문을 맞추기에는 가족기업의 한계가 분명해지자 요시오 형제들은 1967년 6월8일, 타인자본을 끌어들여 회사를 정식 출범시켰다. 얼마 안 지나 커터 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해외 대기업에서 모방품이 나왔지만 요시오의 회사는 다양화 전략으로 시장의 선두를 지켰다. 커터 칼 발명과 사업화에 숨겨진 두 가지 시사점을 따져보자. 기발한 발명이라도 제품화와 회사 설립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며 끊임없는 제품 고급화ㆍ다양화 노력이 뒤따라야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교훈이 커터 칼의 성공 스토리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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