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안정 틀' 신용정보시장] (하) 전망밝은 기업CB시장

2월출범‘한국기업데이터’“亞의 무디스로 도약” 야심<br>기업·거래·공공정보등 체계적으로 관리·가공<br>약 60만개 수준 데이터 330만개까지 확대추진



“국제금융시장을 지배하는 기관은 무디스”라는 말은 뉴욕 월가의 속설을 넘어 뱅커라면 누구나 인식하는 명제에 해당한다. 무디스가 국가등급을 떨어뜨려 동서 냉전시기에 미국과 핵무기 경쟁을 하던 러시아가 국가 파산의 아픔을 겪었고 세계 최대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가 정크본드로 추락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한국 경제인들은 무디스가 한마디하면 귀를 기울이는 게 관행화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도 미국의 무디스와 같은 신용평가기관을 가질 수 없을까. 배영식 한국기업데이터(KED) 사장은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기업데이터를 아시아의 무디스(Moody’s)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밝혔다.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무디스처럼 영향력 있는 평가기관이 되도록 하겠다”며 “개인사업체와 법인ㆍ중소기업ㆍ중견기업 등에 대한 신용정보를 수집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과 거래할 때 기업의 신용도가 갖는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CB(Commercial Credit Bureau)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관행적으로 대출이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땅이나 건물 등 담보뿐만 아니라 기술력, 그리고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능력과 도덕성 등 기업의 전체적인 신용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게다가 시중은행들이 오는 2007년 말부터 시행되는 신바젤협약(바젤Ⅱ)과 관련, 엄격한 신용평가시스템 도입에 나서면서 보다 정확한 기업신용정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CB는 금융기관을 비롯해 공공기관ㆍ대기업 등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는 기업신용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이를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다양하게 가공해 제공하는 회사를 말한다. 한국기업데이터㈜는 지난 2월 출범한 국내 최초의 기업CB회사다. 한국기업평가가 기업들의 신용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인증시장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사를 중심으로 한 방대한 기업정보를 기반으로 CB사업을 하고 있는 곳은 기업데이터가 유일하다. 기업데이터가 취합하는 정보는 고용ㆍ산재ㆍ국민연금ㆍ건강보험 등 4대보험과 같은 공공정보, 금융거래 정보, 기술수준 정보 등이다.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위주로 분석해온 기존 신용정보보다 양이나 질적으로 다양한 정보가 취합되는 셈이다. 기업데이터는 신용조사서는 물론 중소기업 신용정보 제공 서비스를 통합한 크레탑(Cretop) 서비스, 전자신용인증 서비스(A2), 기업경영진단종합보고서인 씨큐브(C-cube) 등도 제공하고 있다. 기업데이터는 앞으로 이밖에도 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여신심사를 지원하는 정보제공 서비스, 실시간 신용변동 확인을 위한 모니터링 서비스, 중소기업 단기연체 정보교환 등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하고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업데이터는 현재 법인사업자와 개인사업자를 포함, 약 60만개의 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이를 가공한 뒤 금융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기업데이터는 우선 1차적으로 110만개 기업체의 정보를 수집한 뒤 앞으로 이를 330만개까지 늘려나갈 방침이다. 조강직 한국기업데이터 전략기획실장은 “재무정보 위주의 신용평가에서 탈피, 신뢰성 있는 신용정보를 생산ㆍ제공하기 위해 기술정보ㆍ거래정보ㆍ공공정보 등 정보수집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의 역사가 일천한데다 평가회사들이 피평가회사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심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게다가 대기업을 평가하거나 국제금융시장에서 채권발행, 대출심사를 하는 신용평가 기준은 거의 무디스나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해외기관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국내 신용평가기관의 활동범위는 중소기업 영역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업CB 시장은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만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아야 한다. 그런 취지에서 기업데이터는 3월 신용보증기금ㆍ기술신용보증기금ㆍ산업은행ㆍ중소기업협동진흥회ㆍ은행연합회 등 6개 기관에서 취합한 기업정보의 데이터베이스(DB)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최근에는 세계적인 신용정보평가기관연합체인 크레디트얼라이언스(CA)에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선진국 수준의 CB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제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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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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