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외환위기 후 미국은 전세계 기업들에 미국식 회계 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강요했다. 다른 나라 기업들의 회계 장부에 대해서는 투명성이 떨어진다며 온갖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면서다.
기실 그간 'US 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 일반회계원칙)'이라는 미국의 회계 시스템은 국제 자본시장에서 신뢰의 상징처럼 통했다. 그랬던 '주식회사 미국'이 지금 최악의 신용 위기에 직면해있다.
엔론사태로 불거진 미 기업들의 분식 회계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장거리 전화업체인 월드컴이 사상 최대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38억달러의 비용을 마치 설비투자에 지출한 것처럼 회계 처리해 현금흐름과 이익을 부풀렸다.
이 같은 액수는 엔론의 회계 조작 액수의 6배에 달하며 월드컴이 무너지게 되면 자산 규모(1,040억달러)로 사상 최대의 파산으로 될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83년 조그만 지역통신 사업자로 출발했던 월드컴은 수많은 회계 조작을 통해 몸집을 부풀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회계는 기업의 모든 것을 담는 그릇이다. 자본주의의 기초는 바로 기업의 회계 장부에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의 최선봉자 미국에서 기업들이 회계 장부를 조작한 사건이 속속 드러나자 미국이 다른 나라에 회계 투명성이 높다던 믿음은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가 산산이 깨져 달러화 가치와 주가 폭락으로 연결, 세계경제 전체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복마전(伏魔殿) 같은 미 기업, 금융회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점칠 수 없음이 이번 월드컴 사태를 통해 보다 명확해졌다.
월드컴의 분식 회계 문제는 기업 차원을 떠나 자칫 미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 전체에 주름을 지우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20세기 중반부터 유지하고 있는 '팍스아메리카나'의 영광을 보존코저 한다면 남의 나라가 아니라 그들식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시켜야 하는 것이 옳다.
한운식<국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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