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6월 24일] <1731> 댄싱 마니아


1374년 6월24일, 독일 아헨. 성 요한 축일을 즐기러 거리에 나온 군중이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구경꾼들도 대열에 끼어들고 사람들은 도시 전역에서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춤췄다. 무도병(Dancing Mania)에 대한 최초의 기록으로 꼽히는 아헨의 춤은 곧 유럽 전역으로 번지고 종종 참사로 이어졌다. 1518년 독일 스트라스부르(지금은 프랑스)에서 발생한 무도병이 대표적인 사례. 성당 앞 번화가에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된 광란의 춤에 시민들이 합류하며 일주일 동안 계속됐다. 일도 안 하고 끼니마저 춤을 추며 해결한다는 보고를 들은 영주가 춤을 중단시키려 내보낸 병사들마저 밤낮없이 춤을 춰댔다. 400여명으로 불어난 대열은 한 달 뒤 갑자기 힘을 잃고 대부분 탈진과 심장마비 증세로 죽었다. 왜 군중이 이유 없이 춤을 췄을까. 무수한 해석이 존재한다. 상한 농산물에서 나오는 환각제성분(LSD) 때문이라는 해석에서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연기나 불 위를 뛰어넘었던 이교도 풍습이 기독교화한 것이라는 풀이까지 다양한 의학적ㆍ심리적ㆍ사회적 분석이 있다. 독거미에 물렸을 때 발생한다는 내용의 이탈리아 기원설도 있다. 분명한 공통점 한 가지는 집단적 히스테리는 흉년이나 기근ㆍ흑사병 등 사회적 혼란기에 발생했다는 점. 견디기 힘든 환경을 잊으려 스스로를 신체적ㆍ정신적 혼란의 광적 상태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북미 원주민도 백인에게 쫓길 때 집단적으로 '유령의 춤(Ghost Dance)'을 췄다. 댄싱 마니아는 지나간 우화일 뿐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집단 자살한 신흥종교 인민사원과 다윗파의 참극도 무도병의 연장선에 있다. 종교 혹은 이념을 강요하는 사회적 광기 아래 어려운 경제여건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무도병이 다시금 도질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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