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원ㆍ달러 환율이 910원대로 떨어지면서 추가 환율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 유럽 등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달러 약세 지속, 국내 조선업체의 조(兆) 단위 수주 행진, 한국은행의 콜 금리 인상 가능성,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 요인만 곳곳에 널려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900원선도 붕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원화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고평가된 데다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 연말에는 환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곳곳에 환율 하락 요인=현재 외환시장은 연저점이 무너지면서 달러 매수 심리가 실종됐다. 우선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달러화는 올 들어 원화보다 1.29%(이날 현재), 유로화에 비해 3.59%, 파운드보다 2.77% 절하됐다. 주요 국 가운데 달러화에 비해 통화가치가 떨어진 것은 엔화(-3.04%)에 불과하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모기지 문제 부각과 금리 하락으로 미국 달러는 전반적인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특히 이번 주 영국ㆍ유로존ㆍ호주 등의 금리인상 기조 유지로 인해 하락 압력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업체들의 달러 매도 공세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조선업체들의 해외 수주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선물환 매도로 이어지며 환율을 떨어뜨린다. 올 1ㆍ4분기 선물환 순매도 규모는 13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8억 달러)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계절적으로 2ㆍ4분기에 중공업 수주가 호조인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선물환 매도 규모는 3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전날 하루 동안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3사의 수주금액만도 1조 8,370억원에 달했다.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 금리 인상 가능성도 원화 강세 요인이다. 물론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 비중에 높지 않아 환율과 상관성이 크지 않지만 원화 매수 심리가 강해질 게 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북핵 문제 해결 등으로 무디스가 우리나라 신용등급 상향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 800원대 진입 전망도=시장의 관심사는 환율 하락의 속도와 반등 시기다.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개입이 없다면 지난해 최저 수준인 913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홍승모 신한은행 과장은 “최근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원ㆍ달러 환율 상승을 유도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매물 압력으로 지지선인 925원이 밀리면서 하락 기대 심리가 강화됐다”며 “원ㆍ달러 환율이 913원 아래로 떨어지면 옵션을 이용한 헤지 물량이 많은 910원과 900원, 880원 등이 차례로 붕괴되면서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개입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국회의 견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지금처럼 달러 약세 분위기가 강할 때 개입하면 돈만 날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율 하락 추세가 장기화되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살아있는 데다 원화 강세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이후 달러 대비 원화의 절상률은 무려 29.9%(3일 현재)로 이른다. 유로화(13.4%), 위안화(8.6%), 파운드화(14.6%), 엔화(-12.7%) 등보다 크게 높다. 정부균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미국 경기 둔화, 각국의 외환보유고 다양화 등 달러 약세 요인이 상당히 반영돼 있어 추가 약세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커질 경우 예상과 달리 환율 상승 방향으로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