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시절 이후 10년 만에 수비수로 나왔어요."
박지성(28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오른쪽 수비수로 변신해 팀 승리에 기여했다. 박지성은 9일(한국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폴크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VfL 볼프스부르크(독일)와의 2009-20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6차전에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3대1 승리에 힘을 보탰다.
맨유는 이날 승리로 B조에서 4승1무1패(승점 13)를 기록, 조1위로 16강전에 진출하게 됐다. 게리 네빌, 리오 퍼디낸드 등 수비수 8명이 부상과 감기로 출전이 어려웠던 탓에 박지성의 수비수 기용은 예고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변칙 전술로 박지성은 전반 오른쪽 윙백을 맡았다. 퍼거슨 감독은 이미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상황이어서 힘겹게 수비수 머릿수를 채우는 대신 현대 유럽 축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3-5-2'의 스리백 포메이션을 선택했던 것.
활동 범위가 넓어진 박지성은 볼 터치도 많았고 특유의 활발한 움직임도 보였다. 맨유는 전반 44분 마이클 오언이 선제골을 넣으며 리드를 잡았고 박지성은 이후 수비에 치중했다. 맨유는 볼프스부르크의 거센 반격에 밀리다 후반 11분 동점골을 내줬고 퍼거슨 감독은 수비진영을 포백으로 변경했다.
허리를 책임지던 박지성은 오른쪽 풀백으로 자리를 옮겨 수비수가 됐다. 박지성이 오른쪽 풀백으로 뛴 것은 명지대에 다니면서 올림픽대표팀에 발탁된 해인 지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맨유는 이후 오언이 2골을 연속으로 넣으며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조별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박지성은 경기가 끝난 뒤 "명지대 시절 이후 처음 뛰는 포지션이었다"며 "경기를 앞두고 팀의 상황 때문에 선수들 모두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비 가담을 많이 하라는 퍼거슨 감독의 지시는 별도로 없었다"며 "팀이 이긴데 만족한다. 그래도 미드필더가 더 편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