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혼란스러운 달러강세

최근 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움직임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미국경제의 침체와 금리의 1.5%포인트 인하에도 불구하고 달러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왜 달러 강세가 유지되는 것일까. 올 초 0.95달러 대를 유지하던 유로화는 최근 0.9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현재까지의 상황을 감안하면 전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 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유럽에 비해 미국의 높은 경제 성장률이 달러강세의 주 요인이라고 분석해 왔다. 그러나 이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경제지표나 전망치를 봤을 때 미국의 경제 둔화는 유럽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다. 또 미국의 장ㆍ단기 금리도 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가 떨어져야 하는 이유들이 연일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독일의 산업신뢰지수인 IFO지수가 유로화 약세를 촉발한 이유가 됐다. 서부 독일의 기업활동 여건을 설명해주는 IFO지수 2월치는 1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그러나 IFO지수 하락만으로 유로화 약세를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 독일 기업들의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것이 곧 독일경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없으며 유럽경제 전체가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는 더욱 아니다. 독일경제는 유럽 전체경제 규모의 3분의1 정도를 대변할 뿐이다. 또 61년 이후 IFO지수가 이번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경우도 11번이나 있었다. 이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의견들이 현재의 달러강세를 설명하기 위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환시장 관계자들이 미국의 경기침체를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달러강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세계경제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미국을 안전지대로 파악한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매수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론적으로 미국의 대규모 감세 추진은 지난 레이건 행정부 시대와 마찬가지로 금리인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이론적인 내용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유럽의 경우 유로화 약세가 그다지 크게 문제되고 있지 않다. 유로화 약세는 유럽기업의 수출증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유럽중앙은행(ECB)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듯 하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강한 달러는 굉장한 문제다. 이는 수출증가를 통해 현 침체국면의 미국경제를 구하기 힘들게 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 당국자들은 감히 달러를 약세기조로 돌리겠다는 말을 못하고 있다. 자칫 달러 하락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달러강세에 대한 분분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아직 설득력 있는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조만간 일정한 계기가 있으며 달러화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 3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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