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4월 19일] 삼성의 위기와 기회

우리 국민들에게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는 떠올리기도 싫은 기억이다. 대량해고와 구조조정, 실업자 양산, 빈곤층 추락 등…. 살아남은 자도 고단해졌다. 중년 직장인들은 공공연히 “외환위기 이전이 좋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곳곳의 거품이 빠졌고 기업에는 성과주의 문화가 확산됐다. 직장생활은 숨 쉴 틈이 없을 만큼 팍팍해졌다. 하지만 정부 관료들이나 전문가들은 공공연히 ‘축복된 재앙’이라 부른다. 1997년 당시 외채협상을 주도했던 비상경제대책위원회의 한 핵심 멤버는 “김영삼 정권 때 문제점이나 해법을 몰라서 외환위기를 맞은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야당이나 재계ㆍ노동계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로 개혁작업이 지지부진했다. 한 치도 전진을 못 하다가 외부세력의 힘을 빌려 밀어붙일 수 있었다. 비록 미진했지만 금융ㆍ기업ㆍ노동ㆍ공공 부문의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된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소버린의 경영권 공격을 받았던 SK가 대표적이다. SK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자 계열사 구조조정과 오너 일가 간 계열분리의 ‘실탄’으로 상황을 활용했다.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낮은 형량을 받은 것도 외국계 자본의 공격이 없었다면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게 SK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렇다면 20여년 만에 최대위기를 맞은 삼성은 어떨까.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전무후무한 성과에 안주한 탓인지 최근 정체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삼성 내부에서도 “2000년대 이후 가장 모범적인 케이스는 두산”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은 과거 10년간 순혈주의ㆍ관료주의에 빠져 자기복제에만 바빴다. 해외법인에도 ‘삼성식 문화’를 이식했다. 반면 두산ㆍSTX 등은 유동성 거품을 틈타 과감한 M&A로 몸집 불리기와 질적 도약에 성공했다. 이종교배라는 세계적 흐름에 맞춘 것이다. 현재 삼성은 비자금 사태 이후 국민적 비판과 기대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생존 차원에서라도 신사업 발굴, 체질개선 등을 통해 규모는 물론 성장전략 및 기업문화도 국내 1위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다. 그 시작은 삼성 내부의 개혁작업일 수밖에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해답도 삼성만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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