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사형제도 존폐 논란

최근 한 호주 청년이 마약법 위반으로 싱가포르 정부에 의해 사형이 집행된 사건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1,000번째 사형이 집행됐다. 이를 계기로 국제인권단체 등을 중심으로 사형제 존폐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형제를 국가 형벌권에서 폐지한 국가는 86개국이다. 특히 EU는 회원국의 자격요건으로 사형제도 폐지를 내세우고 있다. 사형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지난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도 25개국이다. 전쟁범죄 등 특정범죄 몇 가지에 대해서만 사형을 가능하게 한 사형제의 부분 폐지 국가는 11개국에 이른다. 미국의 경우 50개 주 중 38개 주와 연방정부가 사형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8년 이후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2002년부터는 사형선고 인원 수도 한 자릿수로 감소하는 추세다. 우리 대법원은 최근 몇 년간 고등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함으로써 사형선고에 대해 대단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04년 12월 여야 국회의원 175명이 공동 발의한 ‘사형제폐지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 법안은 사형제를 폐지하고 피고인에게 면죄부를 부여하자는 내용이 아니다. 사형은 집행과 동시에 구속도 종료되는 것인 반면, ‘형량이 감형될 수 없는 조건의 종신형’을 선고함으로써 그들에게 죽을 때까지 인신을 구속당한 채 계도의 기간을 갖게 한다는 취지의 입법안이다.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극형이다. 사형이라는 제도가 국가권력이 행사할 수 있는 형벌권에 포함된다는 것 자체가 ‘사법살인’에 그칠 뿐 계도적 유인책이 될 수 없다는 논의도 많다. 반인륜적 흉악범에게 사법당국이 살인이라는 극형을 집행하는 것이 국민들의 법 정서에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흉악범에게 사형을 집행해도 실제로 살인사건의 발생율에 있어서는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에 보다 많은 국가들이 공감하는 추세에 있다. 공동체의 형벌체계 본연의 목적이 범법행위에 상응하는 형을 부과하는 데 있는 것인지, 반인륜적 범죄의 예방을 위한 극단적 조치로 필요한 것인지에 따라 사형제도의 적용 역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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