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러시아, 그루지야 간섭 중단을

세계는 러시아의 그루지야에 대한 압력을 좌시해서는 안된다. 지난주 러시아 정부가 그루지야에 취한 무역ㆍ교통ㆍ통신 제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손아귀에 들어간 외교정책이 얼마나 편집증적이고 약자를 핍박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루지야는 지난 3일 러시아군 장교 4명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가 곧 풀어줬다. 하지만 러시아는 그루지야에 대한 각종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이러한 외교 방식은 이제 중단돼야 옳다. 푸틴 대통령의 그루지야 봉쇄 조치는 러시아 경제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30만 그루지야 국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 그루지야 정부의 무책임함을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그루지야의 러시아 장교 억류를 미국 정부를 위시한 서방 세계의 음모라고 주장하며 미하일 사카쉬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의 방미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나 사카쉬빌리 대통령은 국제연합(UN)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에 갔을 뿐이다. 그루지야의 러시아 군장교 체포는 오히려 모스크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옛 소련 국가의 대담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지난 2003년 ‘장미혁명’으로 집권한 친서방 계열 사카쉬빌리 대통령은 공격적으로 그루지야 경제 개혁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관세가 폐지됐고 소득세는 12%로 낮아졌으며 물가상승률은 10% 미만에서 유지됐다. 세계은행은 그루지야를 부패에 적극적으로 맞선 전세계 국가의 모범 사례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루지야의 이 같은 개혁은 역시 옛 소련 국가인 키르기스스탄과 우크라이나에도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루지야의 성공은 러시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이 푸틴 대통령 집권 초기에는 러시아를 편애하다가 나중에는 그루지야 등 옛 소련 국가들로 대상을 바꿨다는 점도 러시아를 자극하고 있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그루지야에 대한 정치적ㆍ군사적 영향력을 시시때때로 행사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그루지야에 대한 압박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루지야 국민들은 만일의 경우 이상주의자가 아니라면 러시아를 무시하고 그루지야의 편에 서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여기고 있다. 그루지야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미국의 이상주의 정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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