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최근 정년보장 심사에서 교수 15명을 무더기 탈락시키면서 '교수 철밥통 깨기'가 대학가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학들은 임용 후에 때가 되면 승진하고 정년도 보장받는 교수사회의 통념을 깨기 위해 대학 본부 또는 단과대 차원에서 승진 기준을 높이고 정년보장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올해 2학기 승진 대상 교수 77명 중에 28명이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심사 신청을 유보하거나 탈락한 비율이 36.4%에 달했다고 2일 밝혔다.
성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재직 교수 대부분이 정년을 보장받았지만 2005년 도입한 '신 인사제도'가 정착되는 2010년께는 70%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무임승차식 승진과 정년보장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대는 지난해 본부 차원의 승진 기준을 높였으며 이공계를 중심으로 한 학부 또는 전공 차원에서도 본부 기준보다 한결 강화된 승진 및 정년보장 심사 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이화여대도 승진 심사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며 지난 1학기에는 정교수 승진 대상자 중 52.4%만 승진에 성공하고 나머지 교수들은 심사 대상에서 유보되거나 탈락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서울캠퍼스도 올 2학기 교수 승진심사 최종 통과율이 28%에 불과했고 국립대인 서울대 역시 지난해와 올 초 공대ㆍ자연대ㆍ경영대ㆍ사범대 등 일부 단과대학을 중심으로 승진 및 정년보장 심사 기준을 크게 높였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승진 정원 및 심사 대상자 규모 등에 따라 매 학기 30% 안팎의 심사 신청 유보율을 보여와 아직 특이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강화된 기준으로 인해 심사를 미루는 교수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