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럽 3G 이동통신 서비스 시대 개막 눈앞

유럽 3G(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시대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관련 업체들간 경쟁이 뜨거워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이동통신업체 허치슨 3G는 지난 17일 내달부터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3G 서비스를 우선 시작할 것임을 발표, 유럽에서 그 동안 미뤄져 온 3G 서비스 개막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동통신 가입자 규모와 특히 유럽 전역이 동일한 3G 표준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럽에서 3G 시대의 본격 개막은 전세계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는 물론 단말기, 장비, 소프트웨어 등 관련 업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2.5G와의 차별화에 실패할 경우 섣부른 3G 사업의 개시는 오히려 불황에 빠진 유럽 통신 업계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허치슨의 전략, 유럽 3G 서비스 개막 앞당겨=허치슨의 `선방`에 당초 내년부터 서비스를 계획했던 영국 보다폰과 이탈리아의 TIM도 올 연말 서비스 개시 시기를 조정하고 나섰다. 브리티시 텔레콤(BT)의 자회사인 mmO2와 프랑스 텔레콤의 자회사인 오렌지의 경우 내년부터 3G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치슨이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먼저 3G 사업을 강행하는 데는 `선점의 이익`을 취하자는 나름의 전략 때문. 허치슨은 지난 2001년 홍콩 재벌 허치슨 왐포아와 일본 NTT도코모, 네덜란드 KPN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3G 이동통신 합작사로 유럽 시장에서의 기반이 전무하다. 이런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허치슨은 든든한 자금력을 무기로 한 `선점 전략`으로 뒤집겠다는 것이다. 허치슨의 사업계획도 결국 유럽 주요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3G 서비스를 시작, 짧은 시간 안에 선점의 이익을 취하겠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허치슨은 오는 3월 영국과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호주, 홍콩, 스웨덴,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이스라엘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허치슨은 일본 NEC와 지난해 3G 단말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컨텐츠 공급을 위해 영국 프로축구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와 독점 중계 계약을 맺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허치슨측 전략은 3G 개시를 망설여오던 다른 경쟁사들을 자극, 결과적으로 유럽 3G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 동안 유럽 이통 업체들은 지난 2001년 3G 사업권을 따내는 데 이미 수백억달러를 투자한 마당에, 최근 불황으로 부채 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여서 섣부른 3G 사업의 시작은 오히려 `파멸의 길`이 될 수 있다며 3G 개시 시기를 차일 피일 미뤄왔었다. ◇기존 2.5G와의 차별화가 관건=허치슨의 `치고 나가기`식 선점 전략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결과는 좀더 지켜보자(Wate and see)"는 입장이다. 이들은 허치슨이 유럽 주요 도시를 잇는 `모바일 화상 통화` 등을 주력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은 기존 2.5G와 차별화된 컨텐츠 개발이 부족하다며 허치슨의 성공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럽 최대 이동통신 업체인 보다폰의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토퍼 젠트도 이와 관련, "3G는 이동통신의 `혁명(Revolution)`이 아니라 `진화(Evolution)`로 봐야 한다"며 "현재 3G~2.5G간의 차이는 좀더 빠른 속도가 고작인데, 이용자들이 이런 정도의 차이에 매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다시 말해 누가 먼저 3G를 시작하느냐 보다는 누가 먼저 이용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란 것. 경쟁사들이 허치슨의 `치고 나가기`식 전략에 고무돼 서둘러 3G 전략을 수정하고 있으면서도, 사업 개시 시기를 연말로 다소 시간을 늦추고 있는 것도 결국 허치슨을 시험 케이스 삼아 시장 추이를 좀더 지켜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통신 전문 컨설팅 회사인 데이터 모니터도 "3G 서비스는 상당기간 2.5G와의 공존 기간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차별화된 컨텐츠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밖에 2.5G와 3G 네트워크간의 호환 등 기술적인 문제도 아직 완벽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 용어설명: 2Gㆍ2.5Gㆍ3G=흔히 이동통신 서비스의 발전 과정은 2G(Generateionㆍ세대)ㆍ2.5Gㆍ3G 등 3단계로 구분된다. 2G는 아날로그 방식인 1G와 구분하기 위한 것이며, 3G는 모바일 인터넷 등 데이터 통신을 음성통화 위주의 2G와 구분하기 위해 붙여진 것. 2.5G는 음성 통화와 데이터 통신의 과도기적 과정을 뜻한다. ■세계업체들 재편계기 될수도 유럽 3G 이동통신 시대의 개막은 2억명에 달하는 유럽 이동통신 인구를 감안할 때 단말기, 장비, 소프트웨어 등 관련 업계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유럽 업체 전부가 W-CDMA(3GSM)을 단일 3G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 최근, 초기 3G 네트워크를 구축에만 업체별로 15~20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며, 현재 유럽에서 3G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총 12개사인 점을 감안할 때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비만 따져도 대략 200~25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특히 단말기 시장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이 극에 달할 전망이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유럽 3G 시장의 성공에 따라 단말기 업계가 재편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신업 전문 컨설팅사인 데이터 모니터에 따르면 오는 2007년까지 영국을 비롯한 유럽 이동통신 인구의 70% 가량이 3G 단말기를 이용할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업체는 유럽 시장 점유율 50%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노키아.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노키아는 모바일 게임이 가능한 2.5G 단말기의 판매 호조로 작년 하반기 매출이 13% 가량 증가하는 등 이미 유럽 차세대 단말기 시장에서도 독주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노키아는 현재 2.5G폰 주력 모델인 N-게이지(Gage)를 이을 다수의 후속모델을 준비, 제품 다양화 전략으로 승부를 띄울 계획이다. N-게이지가 모바일 게임을 위한 단말기였다면, 3G 단말기들은 주로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에 주력한 모델이 될 것이라는 게 노키아측 내부 관계자의 전언.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모토롤러도 노키아와 같은 전략으로 유럽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토마스 린치 모토롤러 부사장은 이와 관련, “기본적으로 노키아와 유사한 전략”이라며 “이를 위해 제품 모델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모토롤러는 최근 자사의 3G 단말기 OS로 심비안 제품 외에 리눅스를 추가,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지난 96년부터 유럽식 2G 모델(GSM)을 개발, 유럽 시장에 발을 디뎠던 삼성전자가 최근 영국 모바일 운영체제(OS) 업체인 심비안에 지분투자를 한 것도 유럽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심비안은 노키아, 모토롤러, 삼성전자, 지멘스, 에릭슨 등 세계 5대 단말기 업체들이 투자한 OS 업체. 모바일 OS 분야 사업 파트너로 여겼던 삼성의 심비안 지분 투자에 따른 타격에도 불구,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유럽 3G 서비스가 본격 개시될 경우 다시 `심기일전`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MS는 프랑스 오렌지에 이어 최근 독일 T-모바일과 OS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허치슨 3G의 단말기 공급사인 일본 NEC와 세계 2위 단말기 업체인 모토롤러가 최근 리눅스를 OS로 한 단말기 개발에 착수함에 따라 유럽 3G OS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유럽 3GSM방식 완승 가능성 유럽 방식인 W-CDMA(일명 3GSM)와 미국 방식인 CDMA-2000 진영간 3G 표준이 유럽 3G 서비스 시대의 개막을 계기로 W-CDMA측 완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W-CDMA는 유럽 2G 방식인 GSM가 발전된 형태로 유럽 12개 3G 사업자들이 단일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반면 CDMA-2000은 미 퀄컴사의 2G 방식인 CDMA가 진화된 것으로 북미와 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밀고 있는 방식. 2G 표준의 경우 현재 전세계 이동통신 인구의 75% 가량이 유럽 방식인 GSM을 사용하고 있으며, 약 15% 정도가 미국식인 CDMA 방식을 채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12개 사업자를 포함, GSM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업체 모두는 3G 표준으로 W-CDMA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CDMA 방식을 취해온 업체들의 경우 일부는 CDMA-2000이 아닌 W-CDMA 방식을 수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3G 시대에 들어서면 W-CDMA방식이 더욱 세를 불리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CDMA 방식의 서비스를 해온 한국의 SK텔레콤, KTF 등이 지난해부터 W-CDMA 방식의 3G 서비스로 선회, CDMA-2000 진영을 긴장시키고 있다. 일본의 NTT 도코모도 자체 방식의 2G 서비스를 해왔으나, 지난해 4월부터는 세계 최초로 W-CDMA 방식의 3G 서비스를 시작, 현재 150만명 정도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각 예측 기관별로 차이는 있으나 영국의 통신 관련 컨설팅 업체인 ARC는 오는 2005년쯤이 되면 전세계적으로 W-CDMA 이용자가 2억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반해 CDMA-2000은 약 3,000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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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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