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붐타고 위상 '업그레이드'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한국 축구대표팀과 마찬가지로 최근 한국 기업들의 위상도 급격히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은 미국과 일본기업이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월드컵을 계기로 대외신인도가 올라가는 효과까지 기대되면서 세계일류 기업군의 위상에 `빅뱅'을 몰고올 조짐이다.
◆ 해외언론 잇따라 호평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세계 IT(정보기술)100대기업 순위를 매기면서 삼성전자[05930]를 1위로 꼽았다. 매출, 이익, 성장속도,주주수익 등 지표 전반에 걸쳐 `톱 10'에 랭크됐다.
델(5위), IBM(21위), MS(27위),인텔(56위) 등 IT강호들의 퇴조와 대조적이다. SK텔레콤[17670]은 9위를 기록, 작년160위에서 무려 151 단계를 건너뛰었다. KT프리텔은 4위에 자리매김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세계 500대기업(시가총액 기준)을 선정, 발표하면서역시 한국기업의 약진에 주목했다.
한국은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는 작년 225위에서 올해 GM, 모토로라, 휴렛 팩커드, 골드만삭스 등을 제치고 일약 85위로 올라섰다. SK텔레콤(220위), KT(328위), 한국전력(383위) 등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외신의 주된 관심은 국내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IT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자 기사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매력적인 브랜드 지명도 구축에 성공했다"며 "2년전만 해도 잘 몰랐던 기업이 지금은 톱레벨에 진입중"이라고 강조했다.
파이스턴이코노믹 리뷰는 제3세대 이동통신 초기사업에 고전하고 있는 일본과는달리 한국 IT기업이 기존 통신설비를 이용한 2.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대중화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신용등급, `미.일 ↓… 한국은 ↑'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신용등급 평가추이는 한국기업의 약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3일 삼성전자 장기 회사채 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1'로 올렸다.
앞서 S&P는 작년 11월 BBB+, 일본 R&I는 지난 4월 A- 등급으로 각각 상승시켰다.
한국전력[15760]의 신용등급도 피치와 무디스에 이어 S&P가 `BBB'에서 `BBB+'로높였다. S&P는 국민.한빛.신한은행의 신용등급도 지난달 각각 상향조정했다. 무디스등과 연례미팅을 거친 포스코와 LG칼텍스정유 등도 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잇따라 하향조정되고 있다. 스탠더드 앤푸어스는 세계 2위 휴대폰 생산업체인 미국 모토로라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단계 내리고 무디스는 휴렛패커드의 장기 선순위 무담보 채권등급을 'A2'에서'A3'로 내렸다.
작년에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최대 자동차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된 바 있다. 무디스는 또 98년까지 'AAA' 최고등급이었던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지난달 Aa3에서 A2로 2단계 하향조정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주력업종 대다수가 `톱 10'
수출의존형인 우리나라 주력산업은 최근 미.일경기회복 둔화와 후발업체 추격에 시달리고 있지만 세계적 위상은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공개한 `우리나라 주력산업 동향과 분석'에 따르면 작년기준으로 반도체(시장점유율 41%)와 조선(32%)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자동차 5위, 철강 6위, 석유화학 4위, 섬유 4위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간판급 기업의 활약이 돋보인다. 삼성전자는 작년 반도체와 노트북용 TFT-LCD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고 휴대폰에서는 세계 4위를 차지했다. 올들어서는 적자에 허덕이는 외국 전자업체와는 대조적으로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어 위상이급격히 올라갈 것이라는게 일반적 예상이다.
LG전자[66570]는 컬러TV에서 6위를 차지했고 LG.필립스 LCD는 모니터용 TFT-LCD세계 1위다. 현대.기아차는 2000년 생산순위 11위에서 피아트와 르노를 제치고 9위로 두단계 올라서 세계 10위권에 랭크됐다. 올들어 수출은 환율불안 요인이 있기는하지만 견조한 증가세를 타고 있어 작년 13위에 그쳤던 교역규모가 올해 `톱 10' 진입이 가능한 것으로 무역업계는 보고 있다.
◆ 체질개선.CEO 리더십에 주목
한국기업의 이같은 위상제고 이면에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지배구조를 포함한 기업체질이 개선된 측면이 강하지만 `히딩크 성공학'과 맥을 같이하는 한국 기업특유의 CEO 리더십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인재 제일주의와 능력주의, `자만은 금물'이라는 경영철학으로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 인맥이나 지연보다는 실력을 중시하고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SK의 손길승 회장과 SK㈜의 최태원 회장의 경영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올들어 고강도 경영혁신을 통해 `일등LG'를 주창하는 LG 구본무 회장과 사내 전조직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수평경영'을 강조해온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도 `히딩크 리더십'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