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넘쳐나는 여권 대통령 후보들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어제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한명숙 전 총리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 이어 열린우리당 후보로는 세번째 인물이다.
이날 김병준 대통령정책기획위원장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출마 가능성을 밝혔다. 대선을 치러봤고 지난 4년 간의 국정운영 경험도 있어 현재 거론되는 사람들보다 경쟁력이 있다는게 김 위원장의 자평이다. 유시민ㆍ김혁규ㆍ신기남ㆍ천정배 의원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여기다 자천타천 후보까지 합치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그제 출마를 선언한 김영환 전 의원을 빼더라도 열린우리당 출신인사만도 10명이 넘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 열린우리당의 국민지지도는 한자릿수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침몰 직전의 배처럼 의원들의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뜻을 읽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외면한 무능과 독선의 결과로 국민에게 버림받은 것이다. 그런 당에 대통령감은 넘쳐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내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등의 도토리 키재기식 발언을 하고 있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법에 정해진 자격을 갖춘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당사자의 자유이자 권리인 만큼 그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출마자들 나름대로의 정치적 목적과 계산도 있을 것이다. 여권의 우후죽순격 후보출마는 후보선출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주자가 나서 치열한 경쟁양상으로 범여권 단일후보를 만들어냄으로써 야당에 밀리고 있는 판세의 전환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전략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있는 정치세력이 취할 자세나 전략은 아니다. 대통합ㆍ소통합 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느 쪽이든 결국은 쪼개져 각개약진을 하다가 나중에 새 옷을 입고 만나자는 것으로 실정의 책임을 얼버무려 국민을 눈속임하려는 행위다.
부실기업과 기업주가 회사 이름만 바꿔 투자자를 속이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또 너도나도 일단 출마를 하고 보자는 식은 선거를 희화화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대통령선거는 장난이 아니다. 국민들도 이런 얄팍한 꼼수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7/06/19 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