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디지털 시대에 잃어가는 집중력을 회복시켜라

■ 집중력의 탄생 (매기 잭슨 지음, 다산초당 펴냄)<br>이어폰 꽂고 웹서핑·대화<br>깊이있는 사고력은 떨어져<br>'산만한' 일상에 문제 제기


블루투스 무선헤드셋은 이동중이나 다른 일을 하면서도 통화를 할 수 있게 만들었고 젊은 세대는 동시에 5가지 이상의 미디어를 다루면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집중력은 미지수다. /사진=서울경제

마주앉은 그(또는 그녀)는 대화 도중에 연신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업무시간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수시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간간히 웹서핑을 하는 모습은 일상적이다. 운전자가 라디오를 틀어둔 채 GPS를 확인하고 핸즈프리로 통화를 하는 것은 '곡예'가 아니고, 걸으며 도넛과 커피로 아침식사를 하면서 블루투스로 통화하는 것도 '광고'에서만 보는 장면은 아니다. 좋게 말하면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다. 하지만 뉴욕의 '일ㆍ생활 정책센터' 수석위원인 저자는 이 산만한(Distractedㆍ책의 원제) 일상에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는 지금처럼 살다가는 "깊이 있고 민감한 집중력을 한결같이 기울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라는 전제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2004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업무 도중 3분에 한번씩 다른 일을 하게 되는데, 그 중 절반은 타인에 의한 방해가 아니라 스스로 집중하지 못한 결과라고 한다. 8~18세 M세대에 대한 2005년 조사에서 청소년들은 하루 6시간을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와 접촉하고, 학생들의 3분의 1이 숙제를 하면서 휴대폰과 컴퓨터, PMP 등 5~8개 미디어를 한꺼번에 다룬다고 한다. 반면 기기를 다루는 데 능숙한 아이들이 웹서핑에서 보여주는 인내심이나 비판력, 끈기는 현저히 취약하다. 초보적인 수준의 정보활용은 할 수 있으나 깊이 있는 비판적 사고기술은 부족하다. 저자는 이 같은 요즘 세태를 '암흑기'의 전조로 염려한다. '암흑기'란 단순한 붕괴의 시기가 아니라 역사적 전환점으로, 물질적 여유와 기술 발전이 이뤄지지만 종국에는 문명이 쇠퇴하면서 몰락하는 시기다. 기원전 10세기 미케네 제국의 몰락 후 풍요에서 시작한 그리스의 500년이나, 중세 유럽이 그 같은 "문화의 막다른 골목"이었다. 다양한 첨단 기기의 소통창구가 있음에도 마음 터놓을 사람의 부족을 호소하는 현대인이 "한쪽 귀나 손에 장비를 걸친 채 소통하는 것을 친밀함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암울한 시대'라는 것. 직장에서 익힌 단기적 사고 때문에 체계 잡힌 지적 틀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이나 디지털 자료에만 의지한 문화에 대한 기억도 집중력을 잃어가는 탓이다. 저자는 집중력이 인간의 '인간성'과 '지성' 자체이며 지혜를 쌓고 문화를 형성하며 고차원의 사고와 윤리의식, 창의력을 이끄는 원천이라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집중력만 회복하면 암흑기가 아닌 르네상스 시대를 이룰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집중력의 정의를 다시 보자. 1890년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집중력이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여러 사물이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중 어느 한 가지를 분명하고 생생하게 마음에 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어떤 일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그 외의 잡다한 일들은 그만둔다는 의미"라고 정리했다. 500쪽이 넘지 않는 책에 600개 이상의 참조 주석이 달렸다. 방대한 내용을 아우르면서도 집중력 있게 파고든 저자의 능력도 감탄할 만하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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