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디 워'와 해외신도시 개발

영화 ‘디 워’(D-War)가 여름 극장가의 화제다. 영화 비평가들의 쓴소리에도 네티즌과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달 1일 개봉 이후 보름만에 600만명 이상의 관객몰이를 하고 1,000만명 돌파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 하다. 그러나 지난 주말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극장을 찾은 기자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스토리의 엉성함이나 어디서 본듯한 영화의 장면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듯한 아리랑의 선율과 심형래 감독의 프롤로그는 영화 자체보다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에 영화를 봐 달라고 호소하는 듯 보여 아쉬움을 더했다. 그래도 무엇인가에 열광하고 싶어하는 우리 사회는 ‘디 워’를 추켜 세우고 있다. 온갖 단점은 모두 덮어두고 허리우드 수준에 못 지 않은 컴퓨터 그래픽이나 특수효과 등 장점만 보자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 비교하기에 약간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최근 국내 건설업체들이 ‘블루 오션’을 발견 했다며 앞 다퉈 해외 신도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 ‘디 워’의 예처럼 냉정함을 잃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해외 신도시 개발은 기존의 시공 중심의 해외 공사와는 달리 부지 매입에서부터 분양에 이르기까지 우리 기업이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물론 성공할 경우 수익도 막대하다. 각종 부동산 규제로 국내 건설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 현실에서 업체들이 충분히 군침을 흘릴 만 하다. 하지만 수익이 높으면 리스크도 그만큼 크다. 해외신도시 개발은 투자국에 대한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이해뿐 아니라 개발 관련 법령, 외국인 투자자 보호, 세제혜택 등도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 투자를 결정했다면 해외자금을 끌어들여 금융쪽에서 어떻게 리스크를 해지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현지 유력자의 말만 믿고 거창한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존 진출 업체의 관계자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나갔다가 사업기간이 늘어져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 ‘디 워’나 해외신도시 개발은 모두 국내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이제 세계시장에서 선전하려면 단점을 무조건 덮어 버리는 ‘열광’보다 현실부터 파악하는 냉정함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