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주식시장 단상

사람들의 사고에는 어느 정도의 관성(慣性)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일단 한 방향으로 사물을 보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현상을 자신에게 익숙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동일한 사건이나 뉴스에 대해서도 시장은 그때그때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의 상승세가 상당 부분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강세장에 순치돼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재료가 없더라도 주가는 오른다. 이 경우 시장은 악재가 없다고 해석한다. ‘바이 코리아’ 펀드로 대표되는 펀드 열풍이 불었던 지난 99~2000년에도 투자열기는 요즘 못지않았다. 당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바이 코리아 펀드 열풍을 주도했던 모 금융회사의 사장님은 “앞으로 6년 내 종합주가지수가 6,000포인트까지 올라간다”는 말씀을 하고 다니셨다. 그때 모 투자신탁 부설 경제연구소에서 나왔던 반박 보고서의 내용. “6년 내에 지수 6,000포인트 도달은 너무 낙관적인 견해다. 우리는 앞으로 3년 내 3,000포인트를 갈 수 있다고 본다.” 사후적인 결과론으로 이런 견해들을 비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 대한 예상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낙관론들은 IMF 직후 1년 넘게 진행됐던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 과정을 지켜보면서 오르는 장에만 익숙해졌던 사고의 관성이 작용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주식시장은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장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시장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 어느 쪽이든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것이 약이 된다. 낙관론이든 비관론이든 나름의 논리적 정합성을 가지고 있다면 사후적인 결과만을 가지고 폄훼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은 매수와 매도라는 극단적인 이해 관계가 공존해야 성립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강세장이라고 하더라도 나름의 비관론은 시장 자체의 체질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는 말처럼 시장에 형성돼 있는 비관론은 상황이 실제로 악화되지 않게 하는 예방백신의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결과로만 평가하면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스티븐 로치나 앤디 시에와 같은 해외 분석가들은 틀렸다. 그렇지만 이들의 쓴소리는 그 자체로 평가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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