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으름장에 국제유가 폭등
전체 공급량 5%차지-현실화땐 37弗까지 뛸듯
이라크의 `반미(反美)' 고집이 국제 유가시장을 또 뒤흔들었다.
이라크가 앞으로 원유 수출대금을 미 달러화대신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화로 결제받지 못한다면 당장 다음 주부터 원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음에 따라 국제 유가가 2% 이상의 폭등세를 보인 것.
미국 경제전문방송인 CNNfn 등 해외 언론들은 26일 이라크 소식통들을 인용, 미국이 내달 1일부터 이라크에 대한 원유 수입대금을 유로화로 결제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라크가 석유 수출을 중단하는 방침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2월물은 전날보다 2.3%, 배럴당 75센트 오른 33.7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런던 석유시장에서도 북해산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이 한때 32달러선을 돌파했다가 전날보다 1.9%, 60센트 오른 31.9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현재 4,600만배럴에 달하는 전세계의 일일 석유수출량 가운데 이라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 세계의 일일 석유 수요가 7,600만배럴인 점을 감안해도 이라크가 국제 원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수출 중단조치가 실행될 경우 올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일일 원유 증산량인 320만배럴의 70% 가량이 상쇄되면서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연구센터의 레오 드롤라스는 “이라크가 원유를 내놓지 않을 경우 브렌트 유가가 배럴당 35~37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라크를 6대 원유 수입국으로 두고 있는 미국의 경우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추가 방출할 수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이 같은 방침이 이라크와 감정의 골이 깊은 미국의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보이는 `정치적 제스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엔제재위원회의 미국측 위원인 유진 영은 “그동안 이라크가 여러 차례 시장 불안을 증폭시켰지만, 대부분의 경우 거짓으로 드러났었다”고 지적하며 이번에도 우려할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는 국제연합(UN)에 대해 원유 수출대금을 유로화로 결제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 유엔은 지난 90년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라크의 원유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수출 대금은 뉴욕의 계좌를 통해 달러화로 일괄 결제토록 하고 있다. 유엔은 오는 30일 이라크측 요구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입력시간 2000/10/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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