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30일] 급매물의 시대

“급매물을 따로 찾을 필요가 있나요? 나와 있는 물건이 모두 급매물입니다.” (잠실A공인중개의 한 관계자) 요새 서울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급매물 천국이다. 웬만한 공인중개마다 급매물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급매물이라는 말로도 모자라 ‘급급매물’이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지금은 아예 ‘초급매물’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강남재건축의 랜드마크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은 8억원 선마저 무너져 최근 7억8,000만원에 급매물이 나타났다. 불과 2년여 만에 4억원 넘게 떨어진 가격이다. 잠실ㆍ서초ㆍ목동 등도 사정은 비슷해 가장 비쌀 때보다 2억~3억원가량 떨어진 매물이 숱하게 나와있다. 대치동 공인중개의 한 관계자는 “이자부담에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예전처럼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한 이런 투매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집값이 다시 오른다는 신뢰가 생겨나지 않는 한 급매물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현재 급매물을 내놓는 매도자들은 2~3년 전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추가 상승을 믿고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들여 집을 매입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최근에 만난 한 부동산 컨설팅 전문가는 이에 대해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는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거래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고가 아파트 시장의 경우 투기가 재현돼 가격이 오르지 않는 한 거래가 일어나기 힘든 상황에 접어들었으니 가격이 떨어지는 게 시장정상화를 위해 차라리 낫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지금의 ‘급매물 러시’ 현상은 버블이 가라앉고 가격이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와중에 정부는 1가구다주택자 중과세 및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다시 한번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규제를 확 풀어 집값 추가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은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투기 수요를 다시 한번 자극할 가능성도 크다. 집값이 다시 오른다는 믿음이 생긴다면 거래는 당연히 활성화되겠지만 이후에 찾아올 또 다른 급매물 시대는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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