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과 칼라일 등 한미은행 대주주가 한미은행 주당 매매가격을 1만6,800원에 합의함으로써 한미은행 매각작업은 9부 능선을 넘어섰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 자연스럽게 `한미은행`이라는 기업도 사라지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특정 국가의 은행을 인수하면 이를 `현지 법인`으로 남겨두지 않고 `씨티은행 지점`으로 전환하는 게 씨티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이기 때문이다.
한편 씨티은행측은 이미 영업중인 서울지점과 한미은행을 합병할 경우 전체 대출의 45%이상을 중소기업에 빌려줘야 하는 의무대출 비율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보고 금융감독당국에 유예기간을 요구하는 등 보다 세부적인 정지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은행` 역사속으로 사라질 듯=씨티은행은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 은행을 사들일 때 마다 지분을 100% 모두 사들이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지난 2001년 멕시코 최대은행인 바나맥스를 125억달러(약 15조원)에 인수하면서 바나멕스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모두 사들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바나멕스은행의 경우 씨티은행이 멕시코내 브랜드 가치를 인정해 명칭을 그대로 썼지만 한미은행의 경우에는 이름을 `씨티은행`으로 바꿀 예정이다. 한미은행의 주 고객층이 부유층과 대기업 사원, 전문직 고객이고 씨티은행도 영업대상이 같아 굳이 `한미은행`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이로써 `한미은행`이라는 브랜드는 지난 83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국내 11개 기업의 합작으로 설립된 후 20년 6개월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합병 후 구조조정 불가피=씨티은행 관계자들이 실사도중 가장 놀란 점은 한미은행의 높은 복지수준이었다고 한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실사결과 한미은행의 전체 임금 수준이 고액연봉자가 많은 국내 씨티은행보다 평균 15%이상 많았다”며 “이밖에 각종 복지제도를 감안했을 때 실질임금은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 국내 금융계의 재편 뿐 아니라 은행들의 인사제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합병후 4,065명에 이르는 한미은행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어떤 식으로든 단행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인력조정과 비용절감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인수 후 한미은행을 누가 경영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지만 씨티은행 서울지점 대표를 지낸 하영구 현 행장이 계속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