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받았으면 유망했다

제10보(137~142)




드디어 무지무지하게 큰 패가 났다. 창하오가 39라는 팻감을 썼을 때 검토실의 루이9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거기부터 쓰나요. 어쨌든 그건 안 받을 수 없는 자리군요.”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최철한이 백40으로 따내는 광경이 검토실 모니터에 비쳤다. 그러자 루이9단의 앞에 앉아있던 조훈현이 비명을 질렀다. “뭐하는 거야. 철한이가 미쳤구먼.” 백40은 패착이었다. 패를 받아주고 다른 데 팻감을 썼더라면 백이 크게 유망한 바둑이었다. 시인 박해진은 이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코붙임 세 번에 젊은 최철한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최철한은 심리전에 패했다.” 백40으로는 참고도의 백2에 받아주고 4로 패를 계속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흑4로 따내면 백도 6으로 따낸다. 이젠 흑7, 9로 살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 10으로 중원을 크게 도모하면 백의 필승지세였다. 실전은 우하귀 방면에 50집이 넘는 흑의 확정지가 새로 생긴데다 백은 42로 후수가 되었다. 며칠 후에 필자가 최철한에게 물었다. “그 팻감을 왜 안 받았지?” 그의 대답은 짤막했다. “미쳤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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