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워' 꿈꾸는 중국] '中華패권주의' 야심
고구려사 조작등 역사왜곡 한반도 통일이후 개입속셈주변국과 주도권 선점위해 미래사 영향력확대 노골화
“중국 국민은 중국이라는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쳐 세계중심국가로 비상(飛上)하는 주춧돌을 쌓아야 한다.”
최근 들어 중국 지도자들이 계속 강조하고 있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 잘 살아 보세’라고 외쳤던 구호가 ‘세계중심국가’라는 거대한 캐치프레이즈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본주의 도입으로 사회주의가 붕괴되면서 발생한 국민의 이념적인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고육책으로 받아 들인다. 경제발전과정에서 빚어지는 빈부ㆍ지역간격차 등에 따른 계층간의 갈등을 ‘세계중심국가’라는 미래지향을 통해 봉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는 얘기다.
물론 이 같은 분석도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순진하다. 중국 국민들의 갈등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시작된 민족적 애국주의와 단합이 중화패권주의로 비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중국 지도부가 국민을 선동하는 것이 단순히 민족적 애국주의를 호소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목적을 가지고 철저한 준비와 계획 아래 주도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동북공정(東北工程)’ ‘서북공정(西北工程)’ ‘단대공정(斷代工程)’ 등으로 포장된 계획들은 중국 지도부의 속마음과 앞으로 이들이 앞으로 취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이런 공정들은 과거사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사에 영향을 미칠 요량으로 의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고구려사 왜곡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인 학자는 “중국이 고구려사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앞으로 이뤄질 ‘통일 한국’에 중국이 개입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고, 한국ㆍ러시아 등과의 영토분쟁 가능성이 있는 동북3성지역에 있는 주민들의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귀뜸했다.
‘동북공정’이라는 미명 아래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구려사 조작이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 이후 개입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한반도는 전통적으로 중국의 부속국가’였다는 역사논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영토분쟁이 생길 경우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역사왜곡은 비단 ‘동북공정’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베트남, 몽골, 신장, 광시 장족자치구, 티벳, 인도 등 주변국과의 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북공정’, ‘서남공정’이라는 이름으로도 행해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고대신화를 모두 역사적 사실로 둔갑시켜 중국 역사를 5,000년이 아닌 1만년으로 뒤집는 ‘단대공정’이라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외대 여호규 교수는 “중국은 동북공정은 물론 서부지역에 있는 소수민족의 역사를 왜곡한 ‘서북공정’ 작업도 거의 마무리한 상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중화패권주의를 지향하는 ‘팍스 시니카’의 전주곡”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각종 공정작업은 최소한 2010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박람회 개최라는 거대행사는 앞두고 있는 중국이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때까지 중화패권주의에 대한 이론적인 근거를 마련하는데 주력하다 그 후에는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최강국’이 되겠다는 본심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수면 아래 잠겨있던 중국의 정치적 야심이 끝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여러 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o@sed.co.kr
입력시간 : 2005-01-03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