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제이 싱 '새천년 그린재킷'

우즈, 선전불구 5위에 그쳐비제이 싱(37·피지)이 이름값을 했다. 힌두어로 승리(VICTORY)라는 뜻의 이름(VIJAY)을 가진 싱이 새천년 남자골프계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총상금 450만달러)에서 우승함으로써 꿈에 그리던 그린재킷을 입었다. 10일 아침(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 72)에서 끝난 이 대회에서 싱은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 남아공의 어니 엘스를 3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한때 싱을 1타차로 따라붙었던 데이비드 듀발은 6언더파 282타로 공동 3위, 기대를 모았던 타이거 우즈는 4언더파 284타로 5위에 그쳤다. 싱의 이번 우승은 98년 PGA챔피언십 우승이후 메이저대회만 2승째, 93년 미국PGA입문이후 통산 9승째이며 외국무대까지 합치면 26승째다. 상금은 82만8,000달러. 싱은 이 상금을 보태며 시즌상금합계 144만118달러로 랭킹 3위에 올라섰다. ▥흔들림이 없었다=마지막 라운드 싱의 플레이는 전반 버디 3개에 보기 1개, 후반 버디 3개에 보기 1개로 스코어만 보면 기복이 심했다. 그러나 그는 흔들림이 없었다. 동반자인 듀발이 보통 때 같으면 벌타를 받고도 남을만큼 퍼팅라이를 살피고 또 살피고, 클럽을 두번 세번 바꾸면서 시간을 끌어도 짜증내는 기색없이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샷에는 자신감이 묻어났고 그린에서는 홀을 슬쩍 한번 쳐다본 뒤 망설임없이 퍼터를 놀렸다. 9살짜리 아들 콰스(QASS)가 백에 붙여 놓은 「아빠 샷을 믿으세요」라는 격려에 힘을 얻은듯했다. 결국 집요한 방해작전을 펼쳤던 오거스타의 신도 그의 신념에 손을 들었다. ▥승부처는 역시 아멘코너였다=오거스타 신의 방해작전은 예상대로 아멘코너에서 절정에 달했다. 아멘코너 첫 홀인 11번홀(파4·455야드) 티 샷때까지 싱과 듀발은 2타차였다. 그러나 싱의 세컨 샷이 그린 앞쪽 에지에 떨어진뒤 뒤로 굴러내려 워터해저드에 빠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싱이 1벌타를 받고 드롭한 곳은 스탠스 잡기도 불편한 라이였고 이미 투 온에 성공한 듀발은「기회다」싶은 얼굴로 퍼팅 라인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또 반전됐다. 싱이 70야드 어프로치 샷을 홀 1.2㎙에 붙여 보기를 기록했고 듀발은 버디를 놓친 것. 스코어 차이는 1타로 줄었지만 여전히 싱이 선두였다. 위기는 계속됐다. 12번홀(파3·155야드)에서 싱의 티 샷이 그린 왼쪽 뒷편 벙커에 빠졌다. 그린은 앞쪽으로 내리막을 이루고 있었고 그린 앞은 해저드, 보기가 불가피해보이는 상황이었다. 홀 8㎙에 볼을 올린 듀발은 다시 버디를 시도하는 상황, 순식간에 선두가 바뀔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싱은 절묘한 벙커 샷으로 홀 60㎝에 볼을 붙였다. 그린 주변은 탄성과 환호성이 이어졌고 관계자들은 싱의 우승을 확신하기 시작했다. 듀발은 이 홀에서도 버디를 기록하지 못했다. ▥듀발의 욕심=듀발은 스스로 화를 불렀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교훈을 일러줬으면 싶을만큼 지나치게 생각하고 살폈다. 13번홀(파 5·485야드)이 결정적이었다. 그린 210야드앞까지 티 샷을 보낸 듀발은 2온 이글을 노렸다. 그것도 핀에 바짝 붙이기 위해 또 생각하기 시작했다. 캐디가 건네주는 아이언을 들었다가 다시 스스로 골랐다가 또 바꿔 샷을 했으나 뒤땅이었다. 볼은 그린앞 개울로 빠졌고 샷한 뒤 머리를 들던 듀발은 바로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듀발은 이 홀에서 4온 2퍼팅으로 보기를 했다. 마지막홀도 보기로 마감한 듀발은 결국 이번에도 「메이저 무관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초반 실수가 우즈발목을 잡았다=우즈는 초반 실수가 너무 많았다. 우승확률이 40%이상으로 치솟을만큼 기대가 컸던데 대한 부담탓인지 「세계랭킹 1위는 그린재킷을 입을 수 없다」는 속설을 증명하려고 그랬는지 우즈는 대회 1, 2라운드에서 더블파까지 범했고 3퍼팅도 여러차례 했다.「파 5의 마술사」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게 파 5홀에서도 스코어를 줄이지 못했다. 3, 4라운드에서 68, 69타를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그린재킷을 노리기는 역부족이었다. 단독 5위로 끝낸 우즈는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진영기자EAGLEK@SED.CO.KR 입력시간 2000/04/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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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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