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유전적 청사진인 인간 게놈 지도가 100% 완성돼 생명의 신비가 풀리게 됐다. 국제 컨소시엄인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 지도를 사실상 완성했다고 발표, 인류의 생명과학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세계를 놀라게 한 인간 게놈 지도 초안(97%)이 지난 2000년 6월 처음 공개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완성본은 5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견 됐으나 이를 깨고 2년이나 앞당겨져 나오게 된 것이다. 당뇨나 암ㆍ치매 등 난치병 정복도 이제는 시간 문제로 다가 온 셈이다.
게놈이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생명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구성하는 유전정보의 총칭이다. 인간의 세포는 23쌍의 염색체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염색체 상자안에는 DNA가 구슬 목거리처럼 2중 나선구조, 즉 사다리처럼 길게 꼬여 있다. 이 DNA목걸이는 염기 구슬들로 빼곡히 매달려 있는 데 이들 염기가 어떤 식으로 조합을 이루며 결합했는지를 이번에 밝혀 낸 것이다.
인간 게놈 완성본에 따르면 염기들이 짝을 이루는 조합의 수는 32억만쌍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유전자는 3만5,000~4만개로 확인됐다. 당초 인간 유전자는 10만여개로 추정됐으나 실제로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유전자가 만들어 내는 단백질을 이해하는 것 뿐이다.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은 신의 마지막 영역으로 간주돼 온 생명현상을 인간이 관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종교적 도덕적 논쟁도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코페르니크적인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인간 게놈에서 일어나는 변이는 적어도 1,500여개의 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생로병사의 신비가 풀린만큼 무병장수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벌써 선진제국에서는 3년전 인간 게놈 초안이 나오면서 생명공학을 미래의 산업으로 선정, 민간기업에 대해 정책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각종 난치병의 예방이나 치료약의 개발은 세계의 의약시장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민간기업의 연 구중에는 난치병에 대한 치료약 개발은 물론, 출생시 앞으로 걸릴 가능성이 있는 질병을 예상하고 이를 예방하는 맟춤 치료법 개발도 포함돼 있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가고 있다.
우리도 생명공학 분야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 우선 우수한 인재를 뽑아서 이들이 마음 놓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는 안 된다.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정책적인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규진기자 sk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