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경영권 분쟁 이슈가 동아제약을 둘러싼 지분매입 경쟁을 계기로 다시 증시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 경영권 분쟁은 해당 기업의 주가를 상당기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재료가 노출되는 순간부터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경우도 많아 투자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부자간의 대립과 한미약품의 지분 인수 등으로 증시의 주목을 받았던 동아제약의 경우 강문석 수석무역대표와 한미약품의 지분 보유 내역 공시시점인 15일과 다음날인 16일만 각각 2.18%, 0.59% 올랐을 뿐 이후 3일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8.47% 급락했다.
지분 경쟁에 따른 주가 급등을 기대하고 15일이나 16일에 동아제약의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본 셈이다.
경영권 분쟁 소식이 나오기 이전인 지난 8일 7만8,000원이던 동아제약은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공시 전날인 12일에는 8만2,700원까지 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정작 재료가 발표된 이후에는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재료를 바탕으로 한동안 주가가 상승세를 타다가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서는 경우도 빈번하다. 대한방직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한방직은 지난해 10월9일 ‘전주투신’이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 박기원씨가 9만여주(8.64%)를 추가 매수해 20.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상승세를 탔다. 당시 박씨의 보유지분과 대한방직 최대주주(22.82%)의 지분율 차이가 2.25%포인트에 불과해 M&A 이슈가 부각되면서 11월 초에는 주가가 9만1,6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올들어 지난 9일에는 박씨가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을 21.62%로 늘렸다고 밝혀 지분 경쟁이 다시 촉발되는 듯 했으나 하락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대한방직은 현재 7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서울증권의 경우도 한주흥산과 강찬수 회장 측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지난해 4월12일부터 17일까지 주가가 5거래일 연속 반짝 급등해 1,800원대까지 상승하기도 했으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진기업이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지배주주 승인을 받으면서 경영권 분쟁이 완전 사라진 현재에는 1,4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 밖에 칼 아이칸의 공격을 받았던 KT&G도 한동안 경영권 분쟁이 시장의 관심을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지만 회사측의 주주이익 환원 계획 발표이후 칼 아이칸측이 지분을 정리한 뒤로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원래 가격대로 되돌아갔다. 코스닥 시장의 파인디지털도 M&A 이슈로 주가가 급등락한 케이스다.
경영권 분쟁이후의 주가급락은 개인투자자 뿐만 아니라 경영분쟁을 벌인 당사자에게도 큰 손실을 입히기도 한다.
2005년 C&상선(구 세양선박)의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최평규 S&T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약 40여억원의 손실을 보고 C&상선의 지분을 대부분 정리했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M&A는 당사자들에 의해 물밑에서 은밀히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개인투자자들이 정보를 사전에 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런 종목들은 재료노출 이전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설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