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김영용 교수의 생활속 경제] GDP로 본 최근 경기침체

금융위기로 투자 감소→성장 둔화 불러<br>은행, 부실우려 자금공급 소극<br>기업들 투자 못해 '설상가상'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의 경제성장률 둔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신문 경제면에 자주 등장하는 국내총생산(GDPㆍGross Domestic Product)이라는 용어를 바탕으로 최근의 거시경제가 움직이는 모습을 살펴보자. GDP는 경제의 맥박이 강하게 뛰는지 아니면 약하게 뛰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이는 일정 기간 동안 한 국가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총 시장가치를 의미한다. 보통 1년을 기준으로 하는 연간 GDP를 많이 사용한다. 예전에는 국민총생산(GNPㆍGross National Product) 개념을 사용했는데 GDP는 누가 생산했든 지리적으로 한 국가 안에서 생산된 것을 뜻하는 데 반해 GNP는 어디에서 생산했든 그 나라 국적을 가진 생산요소에 의해 생산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GNP는 GDP에서 국내에 있는 외국 생산요소에 의해 생산된 것을 빼고 외국에서 한국 소유의 생산요소에 의해 생산된 것을 더한 것이다. 경기순환과의 관련성을 고려해 요즘에는 GDP를 사용한다. 그리고 GDP를 인구 크기로 나눈 것이 1인당 GDP이다. 시장가치란 시장거래를 통해 나타난 생산활동만 집계한다는 뜻이며, 따라서 주부의 가사활동은 생산적 활동이지만 시장거래가 아니므로 GDP에 집계되지 않는다. 최종 재화와 서비스만 집계하는 이유는 생산과정에서 투입되는 중간재의 이중계산을 피하기 위해서다. 자동차 제작에 들어가는 철판의 가치는 철강회사가 자동차회사에 판매할 때 한번 계산되고 자동차의 최종 가치에 포함돼 또 한번 계산되므로 중간재로 투입되는 철판의 가치를 제외하는 것이다. 한 나라에서 생산된 GDP는 가계의 소비지출, 기업의 국내 투자지출, 정부지출, 그리고 해외 경제주체의 지출을 의미하는 수출에 의해 처분되므로 이들을 모두 합하면 GDP를 얻을 수 있다. 또 GDP는 생산의 각 단계에서 추가되는 부가가치를 모두 더한 것으로도 집계할 수 있다. 1,000원 가치를 가진 밀에서 나온 밀가루의 가치가 1,500원이면 부가가치는 500원이고 밀가루로 만든 빵의 가치가 2,200원이면 부가가치는 700원이다. 각 단계에서의 부가가치를 모두 합하면 2,200원(1,000원+500원+700원)이 돼 최종 재화인 빵의 가치와 같아진다. 한편 기업은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를 팔아 얻은 대가를 각 생산요소에 나눠주는데 이것이 바로 이들 요소에 대한 소득이다. 즉 근로에 대한 임금, 자본에 대한 이자, 토지나 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지대(rent), 그리고 불확실한 상업세계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업을 벌여 성공한 데 대한 기업가의 이윤으로 분배된다. 따라서 위의 세 가지 방법으로 추산된 값은 동일한 GDP를 다른 각도에서 측정한 것이므로 똑같다. 그런데 GDP가 변하면 재화와 서비스의 총생산이 변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GDP는 생산량에다 가격을 곱한 것이기 때문에 생산량에 변화가 없고 물가만 변해도 GDP는 변할 수 있다. 이러한 물가변화분을 제거하기 위해 특정 연도의 물가를 기준으로 집계한 것을 실질 GDP라고 한다. 반면 당해연도 물가를 기준으로 집계한 것을 명목 GDP라고 한다. 이제 최근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불황국면을 실질 GDP의 움직임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현재의 경기침체는 가계ㆍ기업ㆍ정부, 그리고 해외 부문이 활기차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가계소비는 소득이 증가(감소)하면 증가(감소)하는데 불황으로 일자리가 줄어 가계 소득이 감소해 둔화되고 있다. 또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예비적 저축이 증가하면 소비는 더욱 떨어진다. 따라서 기업이 생산한 물건이 잘 팔리지 않아 생산을 조정하므로 GDP 증가폭이 감소해 성장률이 둔화된다. GDP가 이전보다 감소하면 음(陰)의 성장률을 보이게 된다. 기업은 경기전망이 어두워 국내투자를 늘리지 않으므로 기업들이 생산한 생산품이 전반적으로 잘 팔리지 않아 성장률이 둔화된다. 기업 투자는 이자율이 낮아지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는 저금리 정책으로 중앙은행이 은행권에 자금을 풍부하게 공급하는데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자산 부실화 우려 등의 사정에 의해 자금이 기업에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투자가 증가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또한 GDP의 일부는 다른 나라로 수출돼 그 나라 국민들이 소비하는데 대부분의 나라가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수입을 줄이기 때문에 우리 수출도 둔화되고 있다. 이와 같이 각 부문의 지출감소로 기업이 생산을 줄이면 생산에 필요한 제반 요소투입이 줄게 되고 이중 인력감축은 실업증가를 불러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떠나거나 신규 인력의 취업이 어려워진다. 이는 다시 가계의 소득감소와 기업의 생산감소를 유발해 실업증가 등으로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악순환의 과정을 밟게 된다. 남은 것이 정부지출 확대와 조세감면인데 정부지출 증가는 직접적으로 기업의 생산품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경기침체를 완화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확충사업 등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려는 배경이다. 조세감면은 납세 후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의도이다. 현 금융위기에 대한 설명은 각 학파 간에 다르지만 진행되고 있는 침체현상은 이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이 풀리고 각 경제주체들의 경기전망이 호전되면 경제는 다시 활력을 찾을 것이다. ● 용어 설명 ◇국내총생산(GDP)=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가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총 시장가치. 가계의 소비지출, 기업의 국내 투자지출, 정부지출, 해외 수출로 처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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