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지하철은 즐거워'

'지하철은 즐거워'재미있는 광고 가득, 벤처 홍보수단으로 각광 인터넷 벤처기업에 다니는 박 대리는 아침 출근시간이 즐겁다.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해 테헤란로의 사무실을 찾는 그는 지하철 광고의 매력에 깊히 빠져 있다. 머리를 약간 뒤로 저쳐 광고를 보다 가끔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문구 하나 하나를 유심히 읽어본다. 엽기적인 내용에서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등등… 지하철에는 벤처기업의 광고가 튄다. 「골때리게 재미 있다. 엽기적으로 싸다.」 망치로 골(腦)을 때리는 그림과 함께 쓰여 있는 카피다. 자세히 보니 경매사이트 이세일(WWW.ESALE.CO.KR) 광고다. 요즘 TV에서 종종 등장하는 엽기광고라는게 이 광고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박대리는 이 엽기를 두달전에 처음 봤다. 첫느낌은 「촌티」가 났다. 그러나 곱씹어 볼수록 재미가 있다. 『단순하면서도 경매는 재밌고 싸다는 이미지를 주는데 중점을 뒀지요. 일단 네티즌의 반응을 끌어내는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합니다. 20대 중반에서 30대의 구매력을 갖춘 네티즌이 주 타깃이죠』 (이세일 김현칠 영업본부장) 옆을 보니 원숭이와 눈 큰 사람이 입을 딱 벌리고 좋아한다. 자세히 보면 원숭이는 침팬지고 머리에는 빨간 리본을 매고 있다. 공동구매 사이트 마이공구(WWW.MY09.COM)에서 내건 광고다. 「마이공구엔 싱글이 없다」란 의미있는 문구가 들어있다. 마이공구를 운영하는 인터넷 공동구매 차승희팀장은 진짜 의미있는 설명을 덧붙였다. 『여럿이 모이면 가격이 내려간다. 함께 모여서 사자는 의미를 재미난 형태로 표현하려 했다. 젊고 열린 사고를 가진 네티즌이 타깃이다.』광고를 시작한 것은 올 3월. 그래서일까. 이 회사 2·4분기 매출은 1·4분기의 2배(44억원)로 늘었다. 지하철 통로위에는 여자들의 늘씬한 다리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야해 보인다. 뒤편에는 건장한 남자가 뒷모습을 하고 핸드폰을 들고 있다. 마찬가지로 죽 늘어서 있다. 「비교해보고 살 수 있다」고 광고는 말한다. 샵바인더(WWW.SHOPBINDER.COM)를 운영하는 바람소프트는 진짜 야한 얘기를 해줬다. 『원래는 남자 앞모습을 실으려고 했는데 지하철공사의 자체심의에서 잘렸다. 여기에는 성(性)은 은근히 보여주면서 「비교」라는 단어를 떠올리게끔 기획된 사진이 들어 있었다.』 남자모델 캐스팅 비용만으로 400만원을 썼다는 말과 함께…. 그것도 현금으로. 박대리 눈에 진짜 야한 그림이 쏙 들어 온다. 남자 화장실. 변기 앞에 늘씬한 여자 둘이 볼일을 보고 「서」 있다. 옆에선 남자가 커질대로 커진 눈으로 그녀들을 쳐다본다. 「설 수 있습니다.」 엄청 야하게 다가온다. 누가, 아니면 무엇이 설 수 있다는 건가/ 컨텐츠 과금(課金) 솔루션 업체인 퓨처테크에서 내걸었다. 퓨처테크라는 회사, 이 회사의 「앳빌」이라는 서비스가 무엇을 서게 만드는지 궁금했다. 박대리의 기억속에는 「난 경험했어」라는 광고도 남아 있다. 그 광고도 참 야했다. 3호선을 탔을 때의 경험 하나. 『다음 정차할 역은 안국역입니다』는 멘트를 듣고 지하철 문에 선 박대리는 어딘가 어색한 「주의」라는 경고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유심히 보니 모자이크 형태로 프리첼이 새겨져 있었다. 『참 재밌는 회사군.』 이 회사는 지하철 통로에도 「11:42 PM, 소녀가 남긴 여운, 열쇠고리. 만남의 설레임이 있는 커뮤니티사이트」라는 광고를 내걸었다. 프리첼 이정아 팀장의 한마디. 『열쇠고리는 외계인과 소녀를 연결시켜 주는 고리다. 만남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4호선에는 네이버에서 지하철 문짝에 광고를 붙였다는 말도 했다. 박 대리는 가끔 지하철 광고를 안주삼아 동료들과 술자리는 하기도 한다. 엽기적인 광고가 많다고. 자살하려고 머리에 권총을 댄 여자의 흐릿한 모습에 깜짝놀랐던 기억. 알고 보니 광고지 반쪽에는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 여자가 웃고 있다. 「애니캠」이라는 PC카메라를 만드는 회사에서 만든 것이지만 너무 섬뜩했다. 이것 말고도 복터진다고 복어의 배가 갈라지며 돈다발이 쏟아지는 광고, 복(福)이 아니라 복(腹), 아니면 복(鰒) 터진 것이다. 그런데 복어는 깜짝 놀란 눈을 하고 있다. 웃긴다. 지하철 광고는 2호선에 가장 많이 밀려있다. 테헤란로의 벤처기업과 대학이 2호선 주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호선은 끝없이 순환한다. 『지하철 광고는 저렴하면서도 톡톡하게 효과를 볼 수 있죠. 특히 눈에 띄는 광고는 더욱 그렇죠. 현금이 넉넉치 않는 인터넷 벤처기업으로서는 지하철이 아주 유용한 홍보수단이 되고 있어요.』(김현칠 본부장) /문병도기자DO@SED.CO.KR /컴퓨터그래픽=문현숙 프리랜서입력시간 2000/09/01 13:2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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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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