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공영개발 확대 문제없나?

민간업계 입지위축·주택 質저하 우려도<br>분양가 인하·개발익 환수효과 기대에 급류<br>재원마련등 쉽지않아 도입까진 진통 예상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공영개발을 전체 공공택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한 데 이어 21일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이 공영개발 방식을 강북 재개발지역은 물론 수도권 신도시를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대폭 확대할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공영개발이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공영개발 확대는 그동안 시장을 유지해왔던 민ㆍ관의 역할분담체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고된다. 공영개발론은 주택공사와 지자체 등 서민주택 공급에 주력해온 공공 부문이 공공택지 내 중ㆍ대형 아파트 공급으로까지 역할을 확대해 개발에 따른 이익이 민간에 돌아가는 ‘폐단’을 막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당정의 공영개발 확대 방침은 이를 뒷받침할 재원마련이 쉽지 않은데다 민간 분야 위축, 주택품질 하향 평준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실제 도입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간업계 입지 위축될 듯=공공택지에 대한 공영개발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는 판교 신도시를 비롯해 파주ㆍ김포ㆍ이의 등 2기 신도시들이 꼽히고 있다. 공영개발 방식이 도입되면 정부가 사실상 신규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결정권을 갖게 돼 고(高)분양가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또 민간업계가 택지개발로 얻게 되는 이득을 환수할 수 있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경우 주택공급시장에서 민간 부문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신규 개발용지 고갈과 땅값 급등으로 민간택지 공급이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공공택지마저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민간 부문은 ‘개발자’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채 단순한 시공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가 상승, 대도시권 유휴토지 고갈 등으로 민간업계의 택지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공공택지마저 완전 공영개발 방식으로 바뀐다면 주택공급체계의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정은 공공택지 외에 강북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과 재건축으로까지 공영개발 방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를 둘러싼 업계와의 마찰이 우려된다. ◇재정부담 가중, 주택품질 저하 우려=문제는 현실적으로 공영개발 방식을 도입하기에는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공영개발이 이뤄지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소형ㆍ임대 위주의 공급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분양가 인하에 따른 주택품질 저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도 고민거리다. 당정이 공영개발 방식을 도입하려는 의도가 분양가 통제를 통해 기존 집값을 끌어내리겠다는 데 있는 만큼 주택품질의 하향 평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민간업체간 경쟁으로 최근 몇 년간 국내 아파트 품질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며 “다시 과거의 공영개발 방식으로 돌아갈 경우 품질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분양가 인하 논란 커질 듯=분양원가 공개 등 분양가 인하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인하를 통해 주변 집값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분양가를 낮추면 건설업체가 지나친 이익을 누리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 같은 이익이 환수되지 못한 채 최종소비자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분양가를 낮추면 자칫 낮은 분양가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엄청난 시세차익만 누리게 돼 오히려 투기만 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정조차도 분양원가 공개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원가 공개 자체가 시장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데다 현재로서는 소비자의 시세차익을 환수할 마땅한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굳이 엄청난 반발을 유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영개발 도입이 정부의 신규공급시장 통제력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자칫 시장질서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 도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