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 초대석] 최흥식 금융연구원장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법 찾아야"<br>LTV·DTI 조정등 통해 서서히 거품 빼야<br>'자통법' 시행은 시장 선진화 위해 필요<br>은행장 연임할수 있어야 경영시스템 안정


“부동산 시장의 팽창을 어떻게 누그러뜨릴지는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도록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금리를 크게 올린다면 부동산 가격을 확실하게 떨어뜨릴 수 있겠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 커집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서서히 뺄 수 있는 정책의 조합을 연구해야 합니다.” 최흥식(54ㆍ사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금리 정책은 효과가 큰 만큼 자칫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며 “금리를 올려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0년대 초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을 채택한 일본이 그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그는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적용범위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을 조합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최소화하면서 부동산 거품이 서서히 빠지도록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최 원장은 또 “돈은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외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과다하게 나가면서 부동산 거품이 생겼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오히려 반대라고 봅니다. 현재는 인과관계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금융권 대출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맞물려 있지만, 출발점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주택 구매를 위한 자금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공급이 늘어난 것이죠. 은행들이 대출 수요가 없는데 먼저 경쟁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확대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면서 현재 유동성 과잉 상태인 것은 맞습니다. 문제는 돈을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마련돼야 합니다. 현재 금융권의 6개월미만 수신 규모가 전체의 50%에 육박합니다.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높은 곳이 있다면 돈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시중 유동성이 채권 등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장기세제혜택 등의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아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고, 경기 침체를 맞을 우려가 나오는데요.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똑같이 비교하면 안 됩니다. 우선 한국과 일본은 부동산 시장이 팽창하기 시작한 출발점이 다릅니다. 대출의 주체가 일본은 기업이지만 한국은 가계인 것이죠. 일본은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통해 부동산 구입에 나섰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금리를 인상하자 기업들이 즉각적인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한국은 내집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변화나 정부의 정책이 개별 가계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때문에 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도 서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과거 신용카드발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는 급격하게 대출 죄기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은 신용카드를 통한 대출보다 액수가 크고 담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하게 대출 규제에 나설 경우 그 충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 내년 환율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내년 원ㆍ달러 환율은 평균 900원대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국제시장에서는 달러화 가치가 현재보다 10~15% 추가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엔화를 기준으로 한 분석으로 원화는 다른 아시아권 국가 통화보다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또 그 동안 미국과 일본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 당국이 엔 약세를 묵인해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내년에 엔화 가치가 올해보다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 동안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내 자본의 해외 부동산 구입에 대한 제한을 많이 완화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등 해외 부동산 시장도 거품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해외 부동산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건전하게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해외 인수합병(M&A)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외국 자본이 국내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것처럼, 국내 자본도 동남아 등 해외에 투자해야 합니다. - 국내 금융기관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까요. ▦국내 은행들이 해외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협조하고 여건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ABN암로나 ING베어링 등이 세계적인 은행으로 성장하는데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했습니다. 필립스나 로열더치셸 등 네덜란드 굴지의 기업들은 해외 기채시 이들 은행을 활용했으며, 이들 은행은 상호출자를 통해 자본력과 건전성을 함께 키울 수 있었습니다. 국내도 금융자본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연기금 펀드 투자나 상호 출자 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소매 영업을 통해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 지역 은행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죠. 국내 은행들도 해외에서 지점을 통해 현지 교민들을 상대로 한 영업에만 머물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외 은행을 인수해 영업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홍콩ㆍ싱가포르 등에 있는 투자은행을 인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결국 외국계 은행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물론 외국계 은행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외국계 은행이 커질 것을 두려워 자통법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분명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실패를 값진 경험 삼아 국내 금융시장을 선진화 시켜나가야 하겠죠. 국내 산업구조가 서비스산업과 지식기반 산업으로 바뀌면서 금융의 역할도 과거 정책금융에서 머무를 수 없는 것입니다. 혁신과 지식기반 사회에서 기존의 은행은 새로운 투자기회의 자본조달 창구로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자통법 시행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내년 초에는 다수의 금융권 인사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인사철을 앞두고 현재 은행장 단임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중 유동성이 단기적인 투자처로 쏠리는 현상이 문제인데,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짧다는데 있습니다. 즉 현재와 같은 임기 시스템에서는 금융권 수장들이 단기적인 업적을 올리는데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CEO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경영을 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원은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2%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국이 저성장 국가로 고착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요. ▦과거 70~80년대와 같은 성장률이 지속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4~5%대의 성장률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서는 적정한 성장률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률이 이보다 높아지면 오히려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야 합니다. 저임금 제조업에 기반을 둔 중국과 비교해서는 안됩니다. 4~5%대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를 위해서는 총요소 생산성을 늘리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즉 지식기반 산업, 생산투자, 서비스업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국가의 총요소 생산성을 늘리면 성장잠재력도 함께 커질 수 있겠죠. 국내외 금융보고서·연구자료 한곳서 검색 가능
금융硏 ‘지식정보시스템’
이제는 일반인들도 국내외 금융관련 연구서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구축한 지식정보시스템을 이용하면 금융정보원이 발표한 자료 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정보와 연구자료를 한 곳에서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2005년 7월부터 약 8개월간의 작업 과정을 거쳐 지식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금융분야의 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금융연구원의 홈페이지(www.kif.re.kr)에 회원가입을 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새로 구축한 지식정보 시스템은 검색력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기존 홈페이지에서 제공하지 못했던 주간금융브리프, 금융연구 등 각 자료집들의 세부검색이 가능하고 국내외 주요기관 및 연구소의 금융관련 보고서를 모아놓았다. 이 밖에도 금융 및 경제 관련 각종 변수에 대한 통계 데이터와 분석프로그램, 국내외 금융시장 변수 및 차트도 매일 업데이트 된다. 전문가들을 위해서는 외국 주요 학술지에 대한 정보도 서지정보 형식으로 제공한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외부 금융관련 보고서의 데이터를 축적해 나간다는 방침"이라며 "국내 최고의 금융관련 보고서 사이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장봉 예보 사장·정해왕 한은 금융경제硏원장…
한국금융연구원 금융권 '인재의 산실'로
한국금융연구원은 금융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자료 뿐 아니라 금융권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을 배출해내는 것으로도 명성을 높이고 있다. 단연 금융권 '인재의 산실'이다. 지난해 1월에는 최장봉 연구위원이 민간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취임해 눈길을 끌었다. 최 사장은 금융연구원ㆍ조세연구원ㆍ예금보험공사 설립에 참여해 '금융계의 건축가'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국내 금융기관을 설립하는데 공헌을 했다. 그는 지난 85년 한국은행 전문연구위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금융연구원ㆍ조세연구원 등에서 연구활동을 해온 국내에서 손꼽히는 예금보험 및 금융감독제도 전문가다. 정해왕 전 원장은 한국은행 초대 금융경제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원장은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를 지낸 후 93년 7월 한국경제연구원 초대 부원장을 지낸 후 98년 원장에 취임한 금융연구원의 산 증인이다. 서근우 하나은행 부행장 역시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서 부행장은 금융감독위원회 기업구조조정기획단 총괄심의관을 지내며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한 바 있다. 이장영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도 금융연구원에서 국제금융을 전문분야로 선임연구위원을 지냈다. 이 부원장보는 뉴욕주립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조세연구원 등을 거쳐 국제통화기금(IMF)에 3년간 근무했던 국제통으로 외환위기 이후 IMF와 정부 사이의 다리 역할을 했다. 국민은행이 최근 설립한 경영연구원의 지동현 초대 연구원장 역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지 원장은 금융연구원에서 근무하다 조흥은행과 LG카드에서 일한 뒤 다시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을 거쳐 국민은행 경영연구원장을 맡게 됐다. 또 권재중 SC제일은행 감사 역시 미국 라이스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금융연구원에서 은행 재무전략 및 기업금융 부문에 대한 연구 활동을 폈으며, 정기영 삼성생명 부사장도 금융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을 거쳐 삼성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한 뒤 삼성생명 부사장에 올랐다. 한편 이동걸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연구원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정부부처로 발탁된 뒤 다시 연구원으로 돌아온 경우다. 이 위원은 지난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위원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며 참여정부 개혁 브레인으로 꼽혔다. 약력 ▦52년 서울 출생 ▦76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86년 프랑스 파리제9대학 경영학 국가박사학위 ▦87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91년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92년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99년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2004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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