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제 꾀에 넘어간 구리

제4보(43~70)


백46과 48은 콤비 블로에 해당한다. 원래는 46을 두지 않고 그냥 48의 자리에 착수하는 것이 행마의 요령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48의 자리에 두면 흑은 51, 백49, 흑46으로 일대 교환이 이루어진다. 흑은 상변을 관통당하는 대신에 오른쪽 백 3점을 잡는 길을 택할 것이 뻔하다. 관통은 당했어도 왼쪽의 흑 3점은 별로 위험하지가 않다. 그게 싫어서 구리는 백46이라는 잽을 먼저 던진 것이다. 꽤 괜찮은 콤비 블로였다. 그러나…. 사실은 그런 테크니컬한 콤비 블로를 던질 자리가 아니었다. 한 방에 보내는 카운트 펀치를 날릴 자리였다. 참고도1의 백1로 건너붙이는 강수를 날렸으면 백이 여기서 대세를 휘어잡을 수 있었다. 흑은 2에서 6으로 응수하는 정도인데 백7 이하 21이 통렬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수를 구리는 읽지 못했다. 구리는 다른 유혹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백48에 대하여 흑이 참고도2의 흑1로 저항하는 이 코스. 그것이야말로 구리가 숨을 죽이고 학수고대한 유혹의 덫이었다. 사실 흑1은 매력적인 수단이다. 3에서 5로 두어 오른쪽을 모조리 잡는 성과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백6과 백8이 선수가 된다는 점이 포인트. 계속해서 백10, 12로 누르면 왼쪽 흑대마가 잡힌다. 그것을 간파한 박영훈은 구리의 덫에 걸려들지 않고 비껴갔다. 제 꾀에 넘어간 구리. 상변은 수습했으나 흑53 이하 63을 당하여 피장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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