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겨뤄보고 싶었는데….’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 1라운드가 펼쳐진 23일. 대회 개막과 동시에 골프백을 정리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두 선수가 있었다. 박성국(21ㆍ테일러메이드)과 문경준(27ㆍ클리브랜드)은 이날 모든 선수들의 출발이 완료된 오후2시까지 초조한 마음으로 클럽하우스 주변에서 기다리다 제주공항을 향해 출발해야 했다.
이들은 각각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발렌타인포인트 31위와 33위를 기록, 상위 30명까지 주어지는 이번 대회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대기순번 1ㆍ2순위로 결원 발생을 기대하며 제주까지 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156명의 출전선수 전원이 경기에 나서면서 기회는 끝내 오지 않았다. 지난해 1명이 빠진 채 경기가 진행됐다는 소식에 희망을 걸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날아온 터였다. 지난 화요일부터 제주로 내려와 연습라운드도 해보지 못하고 연습장과 연습그린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출전 통보를 기다리며 부지런히 샷을 가다듬었다. 이들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라며 웃었으나 “마지막 조가 출발할 때까지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는 말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박성국은 “올 시즌 더욱 좋은 성적을 올려서 내년 대회 때는 당당히 실력을 겨뤄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문경준도 “3주간 국내 대회가 없어 감각 유지를 위해서도 꼭 출전하고 싶었다”면서도 “(박)성국이와 함께 이틀 동안 정말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에 소득도 있었다. 다가오는 대회를 잘 준비해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